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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Feb 26. 2020

보수는 감성적이다.

이성의 진보와 감성의 보수

 보수는 감성의 논리를 기반하고 진보는 이성의 논리를 기반한다. 진보의 활동이 격정적인 만큼 그 행동거지 또한 감성적일 것이라는 착각은 유서가 깊다. 하지만 진보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아주 단순히 설명하자면 진보는 평등을 위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에 있는 부조리, 불평등을 찾아네서 없애는 것이 진보가 하는 일이다. 대부분 부조리를 '없앤다'에 집중하지만 여기선 부조리를 '찾아넨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자.


 부조리를 찾아내기 위해선 사회 통념을 따라가면 안 된다. 다르게 볼 수 있는 특이한 시야가 필요하다. 사회적 상상력과 아주 비슷한데 살짝 다르다. 그렇담 그 시야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사회적으로 못된 족속들을 '나쁘지 않게'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수성으로 품으면 될 까?


이러한 생각은 감성에 내재된 차별성을 간과한 것이며 쉽게 교조주의에 빠진다. 감성에 기반한 이타심은 지치기 쉽고 금방 잔인해져서 사회를 파괴하게 된다. 사람의 심리는 사회 속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못된 이들은 개개인으로도 못되게 보기는 쉽고, 좋게 보기는 어렵다. 감수성은 한계가 명확하다.


 개구리에게 키스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개구리를 사랑하고자 마음먹는가? 아니다. 그대를 움직이는 것은 이성이다. 범죄자들, 이민자, 거지, 장애인, 치매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위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이성이지, 감성이 아니다. 심지어 이성이 없이는 저들이 사회에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애초에 감성은 -조금이라도 자신을 대입할 공통 요소가 없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성에 담긴 광증만이 진지하게 바퀴벌레가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왕을 바퀴벌레처럼 생각한다.


 그럼에도 진보가 감성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진보의 논지를 보편 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한 진보새력의 마케팅 때문이다. 사회에 있어야 할 생각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어보면, 이민자를 박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려면 철학적 논지로 이해시키기보다는 '불쌍함' 즉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게 더 편하고 효과적이다. 불쌍하지 않은 대상을 불쌍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진보는 끊임없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 심지어는 보수의 탈을 써서 원래 이들을 불쌍히 여겨왔다고 생각하게끔도 만든다. 사실 이쯤 가면 진보의 가치는 퇴색되고 가려진다. 따라서 진보의 가치와 진보 새력의 행동은 서로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사실 격렬한 진보새력이야말로 가장 보수적이 고픈 사람들일 것이다.


 보수주의자의 가치는 자유이다. 이 자유는 절대적 자유이다. 개인의 역량을 중요시하고 부정을 저지르지만 않으면 어느 한쪽이 특출 나게 부유하거나 대접받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이는 보수라는 가치 기저에 감성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느끼는 원초적인 감성은 향후 인간적 가치판단을 위한 잣대가 된다. 그 원초적 감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웬만한 인간이라면 다 가지고 있고, 따라서 욕구에 기반해 만들어진 가치판단을 하게 된다. 그 가치판단을 기준으로 형성된 사회, 문화, 재도, 법 등이 만들어진다. 감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원초적인 사회, 인간상을 긍정하고 보호하며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보수다.  감정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지만 과격한 보수는 이런 모래가 반석과 같기를 바란다. 그래서 앞에서  격렬한 진보새력이야말로 가장 보수적이 고픈 사람들이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하게 보수야 말로 가장 진보적이길 원하는 자들인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보호하는 자들이다. 비록 보수라는 개념이 지루하고 딱딱해 보여도, 보수야말로 격동의 보호자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교과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보수라고 해도 이러한 법칙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아무리 실망시킨다고 해서 우리의 기대를 낮춰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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