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더 이상 청년이 아니에요
새벽 5시, 격한 기침을 하며 기상을 했다. 덕분에 미라클 모닝에 성공했지만 이런 식으로 일어난 건 피곤하면 피곤했지 절대 개운하지 않다. 밤새 일한 남편에게 "나 잘 때 기침 많이 했어?"라고 질문했다.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답변이 돌아온다. "밤새 기침했어. 내가 괜히 병원 좀 가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니까?"
칼칼한 목을 따뜻한 물로 축이며 노트북을 켠다.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라면, 이것과 관련된 글감을 정리하다 보니 하나의 키워드 아래 아이디어들이 뭉친다. 바로...
노화
내가 최초로 만든 음식은 바로 라면이었다. 고사리 손으로 가스레인지를 켜서 물을 끓이고 봉지에 있는 방법대로 수행하니 맛있는 한 끼가 완성이 되었다. 엄마의 도움 없이 내가 라면을 만들어내다니! 자신감이 붙은 나는 그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라면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자 라면을 예전처럼 즐겨 먹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라면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거나 심지어 체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유튜브에 나온 지상렬 아저씨가 라면 하나를 다 못 잡수신다고 말씀하시던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분은 나이가 50대이지 않으신가. 난 이제 중년의 문을 열었는데 왜 벌써 이러는 거지?
또 다른 노화 징후는 사레들림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레가 너무 잘 들린다. 물을 마시다가 혹은 음식을 먹다가 심지어 침만 삼켰는데도 사레가 들려 컥컥 거린다. 사레들림은 식도에 들어갈 물이나 음식이 기도로 들어갈 경우 발생한다. 식도와 기도 사이의 방어막이 나이가 들며 약해진 걸까. 그래서 난 어느 순간부터 차가운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마지막 징후는 면역력 저하다. 어릴 땐 한 겨울에 맨다리로 등교해도 끄떡없었다. 허나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환절기만 되면 의례적으로 감기 혹은 비염이 날 찾아온다. 심지어 원인 모를 가려움이 밤마다 날 찾아올 때도 있고 심하면 두드러기가 돋기도 한다. 최근엔 오후만 되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결국 뇌 CT까지 찍었다. (검사결과는 다행히도 정상이었다.) 이런 징후들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비타민을 챙겨 먹지만 이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노화 징후에 대해 적다 보니 아침부터 살짝 우울해진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어찌 막겠는가, 난 이제 더 이상 청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지. 이 글 다 쓰고나면 유산균이나 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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