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24년이 끝났다
짧은 휴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입국 다음 날 바로 발령지로 근무를 하러 가며 '그래... 이래야 한국이지. 한국 시차에 적응할 틈도 안 주고 바로 출근시켜야지.' 라며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 생전 처음 가보는 학교, 처음 보는 얼굴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었던 점심식사, 6개월 만에 먹어본 청국장에 눈이 돌아가 게눈 감추듯 밥그릇을 설거지했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사실이 설레기보단 걱정이 되었지만 별 수 있나, 늘 그랬듯 견뎌내야지.
3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온갖 새로움에 적응하느라 내 정신과 몸은 끝없이 소모되기 시작했다. 결국 호흡곤란 증상이 다시 찾아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또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항우울제와 불안장애약을 다시 삼켜야 한다니. 나약한 내 모습에 실소만 나왔다.
그래도 마냥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이름 쓰기 미션을 성공했을 때의 희열, 함께 비눗방울을 힘차게 불던 어느 봄날, 내 말투를 흉내 내는 익살스러운 모습들, 복도에서 나를 마주치면 활짝 웃으며 내 품에 안기는 얼굴들. 어쩌면 이런 장면들이 지쳐 주저앉은 내 손을 꼭 잡아줬을지도 모른다. 참 감사한 순간들이다.
오늘은 2024년 종업식이자 졸업식이다. 혼자 교실로 보낼 수 없는 학생이 있는지라 함께 교실로 갔다. 아이에게 가운을 입혀주고 학사모를 씌어주니 기분이 좋아 방방 뛴다.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고 청소년이구나. 그런데 저 생글생글한 얼굴은 어느 어린이 못지않다. 교실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으며 끊임없이 졸업을 축하한다고 이야기해 줬다.
아이와 졸업식장으로 이동한 후, 어머님과 바통터치를 하고 이제야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드립커피 한 잔을 내렸다.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글을 써 내려가는 이 시간이 오자 비로소 나의 2024년이 끝난 기분이다.
나의 직업은 오래 근무했다고 수월성을 보장받는 직업이 아니라고 한다. 이 문장은 2024년의 나를 정확히 설명해 주는 문구이다. 어리버리했고 여러 사람 고생시켰고 뭔가 번잡했다. 그래도 그 가운데 행복과 보람은 분명히 있었다. 슬픔과 괴로움보단 기쁨과 행복이 좀 더 또렷하다.
나 2024년 잘 살아왔던 거겠지, 고생했다. 우리 어린이들도 부족한 선생 만나서 고생 많았다. 3월에 다시 만나면 활짝 웃으며 함께 이야기 나누자.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