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샤프 좀 고쳐주세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심심찮게 듣는 저 소리. 다른 어린이들은 모두 연필 쓸 때 필기구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며 홀로 샤프를 쓰는 어린이의 요청이다. 저 어린이는 샤프를 기본 3개씩 들고 다니는데 그 이유는 자주 고장내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모든 샤프가 고장이 나면 나에게 메이데이를 외친다.
샤프... 이게 고장 날 수 있는 필기구인가? 살면서 딱히 샤프를 고장 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들은 한 번씩 뻑난다는 하이테크펜도 끝까지 멀쩡하게 쓰는 걸 보면 난 의외로 필기구를 조심히 다루는 사람인 듯하다. 이런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샤프를 고치고 있으니 인생 참 알 수 없다.
샤프가 고장 나는 이유는 대부분 샤프심이다. 샤프심을 과도하게 많이 집어넣어서 막히거나, 샤프심이 샤프 토출구 사이에 껴서 나오지 않거나 등등. 어떠한 상황이든 세밀한 집도가 필요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샤프심에는 샤프심!
새 샤프심을 토출구 사이에 조심히 집어넣어 안에 끼어있는 부러진 샤프심을 빼내는 작업. 글로 쓰니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노안 있는 사람은 이걸 절대 해줄 수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이걸 할 수 있는 걸 보면 내 눈은 아직 중년이 아닌 건가, 갑자기 내 눈에게 고마워지는 걸.
가끔은 집도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포기하고 싶지만 묘하게 승부욕이 자극된다. 이 어린이에게 귀중한 샤프를 구해준 영웅이 되고 싶다. 그래서 샤프심을 토출구 사이로 조심히 집어넣어 쉬는 시간 내내 수술을 한다. 수술이 성공한 순간, 나도 모르게 "고쳤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런 것에 기뻐할 수 있는 중년이라니. 귀여운 나 자신.
그나저나 내가 어릴 땐 샤프 지우개에 작은 철사가 끼어져 있었다. 그것은 고장 난 샤프를 고치는데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2025년의 샤프에 그 철사는 없다. 아마도 재료비를 아끼기 위함이겠지. 아니면 환경오염 문제 때문이겠지. 어떤 이유든지 샤프를 고칠 땐 항상 그 철사가 그립다. 하지만 난 그 철사 없이도 샤프를 다 고칠 수 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샤프 명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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