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랬더라면,
나는 뮤지컬배우 정선아를 좋아한다. 2022년 말, 그녀가 출산 후 '이프덴'이라는 뮤지컬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내심 그녀가 뮤지컬 물랑루즈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근데 이프덴? 참 의외의 선택이다.
그나저나 이프덴이 무슨 뜻이래? 영어무식자인 나는 급히 검색창에 If then을 쳐봤다. 이 말은 '만약 ~했었다면'이라는 뜻을 가졌다. 상당히 의미심장하구나. 뮤지컬 자체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선아가 나오는 회차로 해당 작품을 예매했다.
객석에 앉으니 내 앞에 황홀경이 펼쳐졌다. 이게 무슨 의미를 담은 세트일까 궁금했었는데, 밤비행기에서 뉴욕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표현해 낸 거라 했다. 그간 봐왔던 하늘 아래 야간샷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들도 이처럼 아름다웠었지. 세트부터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무대가 암전 되며 핑크빛과 하늘색 조명이 어우러진 배경에서 정선아가 나왔다. "안녕, 나야"라는 대사로 이 극은 시작된다.
뮤지컬 이프덴은 제목의 의미만큼 선택의 연속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릴 때 봤던 인생극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주인공인 엘리자베스가 베스 그리고 리즈를 오가며 베스가 했던 선택, 리즈가 했던 선택에 대한 결말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처음엔 이 전개가 정신없었는데 보다 보니 "아 배우가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베스의 이야기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넘버 Always starting over가 끝난 직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됐다. 마지막 넘버인 What if가 끝난 이후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가 암전 되며 엘리자베스가 짓는 미소를 보며 나 역시 함께 웃었다. 이렇게 나는 뮤지컬 이프덴의 팬이 되었고 바로 모든 캐스트의 공연을 다 예매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던 작품, 이프덴.
그리고 2025년, 이프덴이 다시 돌아왔다. 애석하게도 내가 사랑했던 항공샷 세트는 돌아오지 않았다. 묘하게 전 시즌 세트가 더 나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히 좋다. 그리고 이프덴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도 더욱 또렷해졌다.
내가 만약 그때 영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면 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만약 그 사람과 한라산으로 함께 떠났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만약 그 친구가 추천한 강의로 바꾸지 않고 원래 듣고자 했던 강의를 들었다면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별거 없는 내 인생에도 이렇게 수많은 If then이 존재한다. 어쨌든, 지금 이 차원에서 내가 한 선택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내가 갈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나는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뮤지컬 이프덴은 여전히 좋다. 하지만 항공샷 세트는 제발 돌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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