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드디어 '작별하지 않는다'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이 책은 작년 11월에 구입했다. 극심한 우울 때문에 몇 주간 책 표지도 펼치지 못하다가 그 우울과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책장을 펼쳤다. 종이 한 장의 무게는 1g도 안될 텐데 독서가 뭐라고 그 무게가 1톤처럼 느껴졌던 걸까. 내 영혼을 침대 매트리스 속으로 흡수되게 만드는 그림자와 맞서 싸우며 한 장 한 장 겨우겨우 읽어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작가의 말을 확인한 건 해를 넘어선 1월이었다. 그럼 난 이 책을 3개월 간 읽은 걸까, 아님 2주 간 읽은 걸까. 어쨌든 내 머릿속엔 이 책을 반드시 읽고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니 3개월 간 읽은 것으로 하자.
책을 다 읽고 나니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읽는 내내 궁금했던 점이 있었는데 그게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읽은 이후에도 카페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내일 브런치 스토리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면 생각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까지 난 이 책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맞을까, 이건 맞다. 왜냐면 챕터마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고 그와 관련된 내 생각까지 적어놨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와서 '작별하지 않는다'의 줄거리를 물어보면 아주 정확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긴 어렵다. 내가 글을 쓸 때만큼은 거침없는 편인데 오늘은 뜨거운 커피가 식어 차가워질 때까지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한강 작가님의 책은 나에게 다 그랬던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순간, 명쾌함보다는 "내가 읽고 이해한 게 맞나?"란 의문을 먼저 들게 했다. 그래서 첫 장부터 다시 읽게끔 만들었었지. 어찌 보면 독자로 하여금 책에 대한 깊은 생각과 의문을 갖게 하게 한다는 것은 위대한 책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전차로 한강 작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작년 말에 한강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저 질문을 곱씹었다. 이 책의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숙제가 되었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산 자는 끝없는 세월을 진실을 찾아내는 것에 몰두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군부 독재에서 민주화의 꽃을 피워냈고, 그동안 어둠 속에 덮여있었던 진실을 목도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꺼지지 않던 작은 불씨들이 크나큰 산불이 되어 온 대지를 태워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자는 산 자를 구할 수 있고, 과거는 현재를 도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한강 작가님은 본인의 책을 통해 이것을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아직은 이 분의 작품을 소화하기엔 매우 부족한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 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 분의 작품들을 끊임없이 재독 하며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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