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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새로운 버릇들

by 피존밀크




오늘 글쓰기 주제는 '버릇'이다. 어떤 글을 쓸까 한참 고민하다 어릴 때 난 어떤 버릇을 가지고 있었나 과거를 들춰보기 시작했다.



난 초등학교 때까지 이런 버릇이 있었다. 손목 관절을 꺾는 건데 한번 꺾었으면 반드시 양손 모두 꺾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어쩌다가 왼손 손목을 꺾었으면 반드시 오른쪽 손목도 한 번은 꼭 꺾어줘야 했었다. 이 행동은 내가 원해서 한다기보단, 이렇게 양 손 모두 꺾어주지 않으면 내 마음이 뭔가 불편해져서 강박적으로 했던 행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건 완벽한 행동틱이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땐 틱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의 이런 행동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근데 또 모르지, 뒤에선 쟤 왜 저렇게 손목을 꺾고 다녀? 란 소리를 들었을지도. 중년이 된 지금은 다행히도 해당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랬으면 좀 골치 아팠을 것 같은데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해당 행동은 소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이 되어 인지하게 된 나의 버릇은 손가락 들기다. 물컵을 잡고 물을 마실 때 꼭 새끼손가락을 든다. 이건 정말 몰랐었는데 함께 식사하던 친구가 너 왜 그렇게 컵을 잡냐고 말해서 그때 처음으로 이 버릇을 인지했다. 이건 그래도 귀여운 버릇이라 굳이 없애고 싶진 않다. 근데 한번 이것을 인식하게 되니 나 스스로 물 마실 때 새끼손가락을 제자리에 두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소주에 만취하면 새끼손가락을 든 채 소주잔을 잡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에 있는 나의 버릇... 요즘 이상한 말버릇이 생겼다. 짜증 나면 "으, 정말!"이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다. 이 버릇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우리 반 자폐인들이 내 말버릇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자매품으론 "으, 지겨워"도 있다. 이 말버릇은 내 무의식도 지배하고 있다. 남편 피셜, 내가 잠꼬대로 "으, 지겨워!!"를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말 끝마다 욕설을 내뱉는 버릇은 없는 거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이젠 좀 더 나에게 건설적인 버릇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가령 매일 글쓰기, 매일 요가하기, 매일 독서하기 등등. 버릇의 뜻 중에 '자꾸 반복하여 몸에 익어버린 행동'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이런 행동들 역시 꾸준히 하면 나의 버릇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전차로 이 글쓰기 숙제가 끝나면 독서라도 한번 해봐야겠다. 건설적인 새 버릇을 위하여!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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