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함을 싫어하는 내가!
난 대형 마트를 싫어한다. 마트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날 힘들게 하는 변수들이 발생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큰 맘먹고 가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변수란... 주말 혹은 휴점 전 날 저녁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실내공간에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데 해당 일의 마트환경은 날 힘들게 만들기 완벽한 조건이다. 그래서 마트를 갈 때면 가급적 주중에,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다녀온다.
그래서 인터넷쇼핑을 종종 즐기곤 한다. 요즘엔 새벽배송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전 날 밤 11시 이전에만 주문해 놓으면 다음 날 아침에 내가 시킨 것들이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다. 물론 번거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스를 뜯고, 물건 정리하고, 박스 분리수거하고, 송장 파쇄하고 등등등. 그리고 소수의 물건이 필요한 경우, 배송료 때문에 쓸데없는 것을 담아야 하는 변수가 발생한다. 몇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니 결국은 구독 서비스를 신청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성향을 가진 내가... 무려 코스트코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이 회원권이 있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남편 때문이다. 이 사람은 뭐랄까... 북미 감성이 듬뿍 담긴 대형마트를 좋아한다.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케아(이곳은 북유럽 감성이지만 비슷한 결이라 넣어본다) 등등.
축구장처럼 거대한 공간에 엄청난 물량의 물건이 꽉꽉 들어찬 그곳, 그 물건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카트를 밀며 눈치게임을 하는 곳. 난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남편은 이런 환경을 엄청 좋아한다. 코스트코 안을 누비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마치 에버랜드에 놀러 온 어린이를 보는 기분이다.
어른이가 돼버린 어린이를 위해, 에버랜드 연간회원권을 끊는 기분으로 코스트코 회원을 가입했고 매년 갱신 중이다. 남편이 한국에 없을 땐 갈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특별히 사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오랜만에 코스트코에 행차했다.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기에 일부러 평일 한낮에 이곳을 찾았다. 역시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코스트코를 간 이래로 가장 적막한 분위기였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 자연스럽게 코스트코 내부를 구경하고 싶어졌다. 덕분에 예상에 없던 물건들을 구입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올해도 코스트코 회원권 갱신을 했으니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어른이들만의 놀이공간으로 함께 떠나야겠다. 아, 회원카드랑 현대카드는 반드시 챙기고!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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