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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로 분주한 2월

인사이동의 계절, 2월

by 피존밀크




2월에 인사발령 발표가 나면 선생님들은 본인이 4,5년간 모은 짐 한 보따리를 차에 싣고 새로운 학교로 떠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줄 것은 주고 왔음에도 불구, 자동차 트렁크가 꽉 차서 결국 뒷좌석까지 짐을 실어야 하는 형편이 대부분이다.



기간제 교사로 오래 일하며 생긴 버릇 중 하나가 나의 개인 짐을 많이 늘리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계약직이니 1년에 한 번 학교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잦은데 그럴 때마다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집채만 한 짐들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차도 갖고 있지 않았어서 짐 옮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랬던 나도 정규 발령을 받으니 1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기는 번거로움은 사라졌다. 대신 요맘때엔 교실이사를 해야 한다. 다행히 같은 층 안에서 이뤄지는 이사이기 때문에 크게 번거롭지는 않다. 학교에 굴러다니는 끌차 혹은 교사 의자를 이용해서라도 수월하게 이사할 수 있다. 전 담임이 교실을 썼던 흔적을 치우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그 또한 이 교실의 역사라 생각해서 그냥 내버려두는 타입이다.(실은 치우기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둠)



이랬던 나도 새로운 학교로 옮기게 되니 짐 옮기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리빙박스와 끌차를 주문했는데 리빙박스를 제일 큰 사이즈로 주문했음에도 불구, 내가 4년 6개월 동안 쌓은 짐을 다 넣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가 준 이삿짐센터용 접이식 박스가 없었다면 난 한번 더 짐을 나르러 다시 이 학교로 와야 할 형편이었다. 참고로 이삿짐센터용 박스는 너무 좋았다. 안 버리고 내 차 트렁크에 잘 깔아놨다. 언젠가 다시 쓸 것이기에.



그래도 원래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여러 선생님들과 심지어 배움터지킴이 선생님까지 나의 이사를 도와주셨었다. 하지만 새로 옮기는 학교는 온전히 나 혼자 짐을 정리해야 했었다. 가뜩이나 정리를 어려워하는 내가 정리를 하려니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도 정리하기 싫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3월 1일에 정리하러 출근하는 기행을 보였었지.



그렇게 우당탕탕 이사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내가 영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시간 정말 빠르다.



올해는 다행히 교실을 옮기지 않아 이사하는 분주함은 없다. 그저 1년 간 사용했던 교실을 다시 한번 쓸고 닦고 하면 될 일이다. 기왕 청소할 거 쓸데없는 물건들도 싹 다 빼내다 버리고 싶다. 지금 아니면 이것들을 비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근데 하기 귀찮네. 나란 사람 참, 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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