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회를, 어떠한 소년을 만드는가
넷플의 최신작을 들고 왔다. 영국의 소년과 그를 둘러싼 가족과 사회의 이야기. 슬픈 듯 답답하고 이어지는 침묵들에 내 머릿속이 대신 시끄러워지는 드라마를 소개한다.
감독: 필립 바란티니
주연: 스티븐 그레이엄, 애슐리 월터스, 에린 도허티, 오웬 쿠퍼 등
이미지 및 정보 출처: 위키피디아
당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려 보자. 어떠했는가? 어떤 이는 그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고 그리운 시절로 기억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혼란스러운 때로는 괴로운 시절로 기억한다. 두 경우 시절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만 이거 하나는 동일하게 말할 것이다. 청소년의 시간은 찬란하면서도 불안하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제이미(배우: 오웬 쿠퍼)도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13살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제이미의 체포로 시작한다. 넉넉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족에게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대뜸 집안의 '어린' 아이를 체포하겠다는 소리에 울음과 항변이 울려퍼지는데..... 제이미, 무슨 짓을 저지른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포스터의 색감처럼 어둡고 약간은 침침하며 큰 변화 없이 잔잔하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꽤나 묵직하다. 드라마는 제이미와 그 가족들의 시선을 현실적으로 따라가면서 한 소녀의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이런 드라마의 시선이 사람을 죽인 이들을 두둔하고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본 드라마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가 죽도록 왜 놔두었는가, 정확히는 무엇이 죽여도 되는 것처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한다. 겉에서 보면 제이미는 흔하디 흔한 13살 소년이다. 좀 작고 어설프지만 공부도 잘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이런 평범한 아이가 칼을 쥐고 사람을 찌르는 일까지 도달한 데에는 스스로 걸어간 것이지만, 그 곳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도 있다. 그 길이 어떻게 생겨났는 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점이 이 드라마의 볼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개했던 작품들과 달리 전에 없이 어두운 내용이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꼭 고민해야할 시간들이기에 추천한다.
필자가 본 원테이크 영상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대학생 시절 처음 본 아이돌 엑소의 '으르렁' 뮤비이다. 이제 그 두번째 생각나는 장면이 생겼다. 소년의 시간에서는 원테이크로 몇분동안 길게 잡는 씬들이 있다. 원테이크 기법이 때로는 너무나도 현실에 밀착해 씁쓸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하고 시선을 따라가던 카메라가 광활한 화면으로 허망함과 슬픔을 자아내기도 한다. 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연출은 정말 볼만하다.
제이미를 연기한 오언 쿠퍼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가득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청소년의 날 것을 표현한다. 아직 어린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의 모습을 가지다가도 거침없이 혐오를 드러내며 남성주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어려운 연기를 능히 해낸다. 더군다나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원테이크로 진행되었던 씬들이 다수 있었는데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가지는 그 씬들에서도 막힘없이 연기가 펼쳐진다. 보면서 이야기에 동화되어 화가 나다가도 오언의 엄청난 연기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가히 연기 천재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아주 볼만한 연기였다.
더 이상 소녀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돌아봐야 할 소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