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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그래서 악마, 너 이름이 뭐라고?

by 앨리쨔

아직도 한강 위를 달리던 아기 돼지와 신부 강동원을 잊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수녀 송혜교다. 그녀가 버석한 어른의 얼굴로, 그것도 겁많고 귀여운 전여빈을 안고 달리는 이야기? 이건 못참지.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감독: 권혁재

주연: 송혜교, 전여빈, 문우진

이미지 및 정보 출처: 네이버 영화


검은 사제들만큼 재밌었냐고?

허어.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검은 사제들과 비교하자면 답은 아니다. 검은 사제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그 전작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방문한다면 미안하지만 실망이 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름의 '매력'은 있었고 영화관에서 볼만한 작품이었다. 다만 ott로 보기보단 차라리 영화관에서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단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스크린 위에서 더 도드라진다.


검은 수녀들은 누구인가.

영화의 주된 주인공 수녀들은 포스터에 자랑하듯이 붙여논 두 사람이다. 유니아(배우: 송혜교)는 수녀에게 금기된 구마를 배우고 행한다. 구마라는 의식 자체가 비밀스럽고 허가를 구하기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 신부도 아닌 수녀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악마에게 빙의되어 고통받는 희진(배우: 문우진)을 살리고자 유니아는 구마사제가 없어도,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구하려 한다. 미카엘라(배우:전여빈)는 유니아 수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과거의 일로, 악마나 귀신 이러한 이야기는 절대 믿지 않는 수녀 의사이다. 하지만 유니아와 함께하며 점점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악마로부터 희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끝없이 달린다. 악마와 싸우는 두 수녀는 불길이 타오르고 피바람이 몰아쳐도 멈추지 못한다.


볼만한 이유 1: 송혜교? 송혜교! 송! 혜! 교!

바로 직전에 서브스턴스 후기를 남기면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생각해보았다고 했으면서 쓰기엔 너무나도 무색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아름다운데 멋있는 송혜교 배우였다. 연기력은 이미 여러번 증명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배우이기에 굳이 언급하진 않으려고 한다(담담한 연기가 흘러나와서 그에 따라 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다.). 그런 탄탄한 연기력에 매력이 더해졌달까?

워낙에 다작한 배우라 여러 캐릭터에서 다양하게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유니아 수녀는 인생을 초월한 듯한 차가운 듯 다정하고 정감있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버석한 표정을 지으며 등장한다. 그런데, 예쁘다. 그런데 거기에 수녀복을 입고선 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태운다는 것이 멋있다는 것이 아니라 수녀라는 역할과 송혜교 배우에게 기대되는 이미지와 상반된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 거기다가 유니아는 욕도 잘한다. 신부고 악마고 구별 않고 평등하게 헛소리를 하면 욕부터 장전한다. 수녀복을 입고 담배를 태우며, 욕하면서 악마를 쫓는 송혜교라니 안볼 수가 없다.


볼만한 이유 2: 아름답고 아름다운 영화

솔직한 감상평을 하자면 영화의 스토리의 핍진성이나 개연성이 좀 떨어지고 오컬트물의 특성이 도드라지진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돈이 아깝지 않고,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음향이다. 천주교의 음악과 힙한 요즘 음악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음악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주인공들이 더 멋있어 보이거나 때로는 애절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관의 큰 스피커로 듣기를 추천한다. 빵빵 울리는 사운드가 이야기에 더 몰입하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두번째는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아무리 봐도 감독님이 예쁘고 멋있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캐스팅한 주인공들을 보면 알 수 있거니와 화면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수녀의 복장과 영화의 분위기 특성상 흑과 백의 대비가 자주 나오게 되는데 이를 똑똑하게 대비시켜주며 주인공의 감정과 비극적인 현실이 잘 드러나도록 찍었다. 구도나 색채 대비 등 이런 것을 잘 모르는 문외한 필자에게도 느껴질 만큼 화면구성이 깔끔하고 회화 그림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불이 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집중하게 될 될만큼 아름다웠다. 그렇다. 필자는 아름다운 것 짱 좋아한다.


볼만한 이유 3: 악마만 악마 같은 소리 하는 줄 알아?

영화에서 가장 많은 대사는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악마에게 물어보며 싸우는 것과 '수녀는 안된다'라는 뉘앙스의 신부들의 대사였다.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머릿속에 '악마만 악마 같은 소리 하는 게 아니구만 현실이 이미 지옥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고통 받는 사람, 그것도 어린 아이를 구하겠다는데 어른이라는 양반들이 '수녀'라는 이유로 구하지 못하게 방해하질 않나 애를 죽여도 좋으니 악마만 없애라 하질 않나. 악마도 고개를 저을 만한 인간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마도 21세기임에도 아직도 천주교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보여주면서, 또 인간의 악한 마음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어찌보면 뻔한 구성이지만, 그럼에도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분명하기에 맘에 들었던 부분이다.

여담으로 한자 적자면, 여성 혐오적인 대사들로 인해 영화 자체가 논란이 되었다는 것을 들었는데 사실 그 모든 대사들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알면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창년', '네 어미의 자궁을 찢어 어쩌고 저쩌고' 등의 대사들은 모두 악마에게서 흘러나왔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말들이 악의 근원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영화에서 여성 혐오적인 시각으로 그리기 위해 이 같은 대사들을 삽입했다기 보단, 되려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앞으로는 입밖으로, 혹은 키보드로 저런 단어로 이야기하는 자들에게 '악마 같은 새끼'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줄평(★★)

'송혜교 멋지다. 송혜교 연기 잘한다, 송혜교 예쁘다, 아 근데 악마 이 자식 이름 뭐였더라?'


- 한줄평이라면서 한줄이 아닌 이유는 별을 세개 그렸다가 하나 뺏기 때문이다. 하나 뺀 이유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영화인 것은 자명하나 오컬트라는 장르물의 매력이 기대에 못미쳐서이다. 검은 수녀들의 '수녀'의 구마가 조금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 내 마음 속 별을 하나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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