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니 정말로?
박찬욱 감독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따듯한 듯 차갑고
화려한데 촌스러우며
동화 같지만 현실인,
그 비릿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이다.
그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로 모셔온 화려한 캐스팅과 그 아이러니의 극치를 함께 버무려 왔다. 오랜만에 내보이는 영화 후기,
'어쩔 수가 없다'를 소개한다.
감독: 박찬욱
출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장르: 영화(139분)
정보 및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영화의 주인공은 25년간 근속에 빛나는 제지전문가 유만수(배우: 이병헌)이다. 만수는 다 가졌다. 아름다운 아내 이미리(배우: 손예진)와 사이 좋은 아들딸 시원(배우: 김우승), 리원(배우: 최소율) 그리고 그에 딱 어울리는 집까지. 완벽한 이 가족을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만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으니 바로 실직이다. 그렇다. 25년 간 피와 살을 바쳐가며 일했던 제지회사에서 대뜸 짤려버렸다. 만수는 가족들을 지켜내야한다는 일념 하에 머리를 쉼없이 두드리며 재취업을 다짐하지만, 동화 같은 영화 속 장면들과는 달리 너무 어려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쉴새 없이 알바를 하고, 무릎도 꿇어보고, 양복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며 자리를 얻고자 노력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들의 삶도 제한되고, 어떻게든 지켜내려던 집마저 내놓는 상황에 처한다. 모든 것을 빼앗겨 물 밖에 내던져진 물고기마냥 허덕이던 그는 번뜩이는 생각이 스치는데.
'내 자리가 없다면, 남의 자리를 비우면 되는 일 아닌가? '
만수, 정상적인 삶을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택한다.
필자의 나이보다 아버지의 나이에 더 가까운 분을 이렇게 불손하게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 정말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변태이다.
전에 미키17의 리뷰를 적으면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서로 다른 매력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박찬욱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의 가장 예쁘면서 잔인하며 비릿한 모습을 아름답게 뽑아내는 반면, 봉준호 감독은 억울한 표정으로 위기에도 지지않고 싸우며 이리저리 구르는 먼지 자욱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처럼 박찬욱 감독의 특징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잔혹하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아이러니함이다. 본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는 분명 한국에 사는 한국 가족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왠지 모르게 이국적이다.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아파트와 대비되는 단독주택을 배경으로, 가장이 되어 집안을 책임진다는 가장 한국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어딘가 이질적이다. 전반적인 이 이질감이 내내 이에 뭐가 낀듯 불편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 동화처럼 장난스러운 음향과 장면, 대사들과 대비되게 너무나도 처절한 현실이다. '가장이 돈을 못벌면 가족이 배를 곯는다'는 일념 하에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만수의 슬픈 현실을 동화처럼 그려냈다. 장난스러운 흐름, 아름다운 장면들과 달리 한번씩 대조되는 비극에 입꼬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그 유명세에 비해 호불호가 강하다. 수위가 높은 장면들도 많고, 특히나 보수적인 측면이 있는 한국 사회 정서상 맞지 않는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보다는 대중적인 매력이 더 강하지 않나 싶다. 그 동안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궁금했지만 잔혹해서 등등의 사유로 보지 못했다면 한번쯤 도전해보시길.
출연진 이름을 쓰면서 이게 현실적으로 캐스팅이 가능한가 싶은 영화는 또 오랜만이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까지? 이 모두를 어떻게 다 썼지 싶은데, 또 어쩜 이렇게 상반된 매력으로 극대화해서 썼는지 모르겠다. 특히 염혜란 배우는 그가 가진 사랑스러운 면모를 극대화 하면서도 어딘가 비틀린 아라란 캐릭터를 신들린 듯 연기한다(사랑해요 염혜란 당신 없인 못살아). 스포가 될 듯하니 더 말하진 않겠다. 이 화려한 배우들이 누가누가 연기 잘하나 대회를 연 듯한 황홀감에 젖어보고 싶다면 한번쯤 영화관에서 보길 바란다.
어쩔 수가 없다 영화의 큰 매력은 의외로 웃음이었다. 이거 웃어도 되나 싶게 웃긴 장면들이 간간히 나와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생긴 건 진지한 어른이면서 어딘가 엉뚱하고 모자란 캐릭터들의 매력과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때로는 박장대소를, 때로는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영화에 대한 다른 비평들에서 이런 부분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핍진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필자에겐 되려 이 영화만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한국적인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볼만한 큰 이유가 되겠다.
어쩔 수 있었던 그들의 선택이 낳은 어쩔 수 없는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