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디쯤
이른 아침 산책길입니다. 풀벌레 소리에 기분이 좋아 어디로든 걷고 싶습니다~^^
지긋지긋했던 무더위가 지난 밤에 내린 비와 싸움에서 항복했나 봅니다. 만세를 부르고프네요~만세~
여름이 시작될 때의 그 열기가.. 그 어떤 호러 영화보다 무섭게 느껴진게 엊그제 같은데,, 드디어 물러가나 봅니다.
비 소식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이렇게까지 미운 데는 이유가 있었네요.
서있기도 힘든 데다,, 숨만 쉬어도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나가 버릴 듯한 땡볕에 운동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여름이 신나고,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유소년 축구를 선수?초보선수?^^;입니다
턱턱 목구멍 끝까지 타오르는 그 뜨거운 열기가
아직도 끔찍하게 생생하네요.
까맣다 못해 익다가 타버린 고기처럼,, 그을린듯한
피부 빛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존대를 해주고 싶었네요.
천지도 모르고 푸른 잔디처럼 초록세상윽 희망 가득 해보인 축구장..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릴 것이라 생각이나 했을까요.
초록세상에 발들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지난 8월.. 이날만 바라보며 지금까지 희망 가득 품고 연습해 왔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아직 멀었어!!"라며 시원하게 갈아버린 경기들..눈치없는 태양은
인정사정 없이 빛을 쏘아대는 여름이라 더더
밉고 싫었습니다.
어찌나 차는 골마다 골대를 맞히고 비껴가던지..
마치 누가 일부러 골대 기둥을 옮긴 거처럼 기똥차게
잘 맞았네요.
그래도 아이들이라 금방 잊고 훌훌 털고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원래 성격도 그렀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묵직하게 다가왔는지 그때
이후로 더 무거워 보이는 표정.. 몸.. 다리입니다.
작년 대회 때도 못했습니다. 축구 반년차에 그렇게 큰 대회를 나갔으니 솔직히 기대도 안 했는데, 마지막에
골 운이 붙어 지금까지 올 수 있는 힘을 준 것도 같습니다. 더 열심히 해보라며 준 선물 같은 그런 골이었네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현실은 더 냉혹하다는 것을 알려주고는 유유히 사라졌네요.
이 정도로는 운을 선물할 수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더 큰 것을 받아온 듯합니다.
바닥이 어디까지 밑에 있나를 실험하듯 끝까지
내려가 찍어보고 왔습니다!! 어지간한 용기로 더 이상은 내려갈 수 없는 정말 밑바닥을 찍었네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계속 지고, 교체되고,
까이고, 갈리는 데다.. 마음고생까지 했으니..
짐도 필요 없고 데리고 내려와서 든든한 고깃국
밥이라도 한 그릇 말아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버텨보겠다며 꾸역꾸역 말하는 아들..
또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키가 크면서 성장통을 이겨내듯 마음도 이렇게 단단하게 이겨내고 있구나!!
쓸데없는 헛소리로 아이를 흔들지 말자며 다짐했습니다.
작아도 아이들만에 커다란 세상에서 이겨내고
있음을 지켜보며 응원해주려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임을..
지난 날은 가을 바람에 실어보내고 훌훌 털어버리길 바랍니다..
2025.9.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