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을 차다

버킷리스트에 줄 긋기

by 축춤맘

지난 여름 지독하게도 무덥던..불여름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치른 큰 대회,,

화랑대기가 끝이 났습니다.

유소년 축구에 꽃.. 축제 라고 할 수 있는 대회입니다.

그 대회가 암울하게,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끝이 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고,

허무하게 마무리했네요. 1승. 1 무. 4패..


큰 대회에 첫 주장 완장을 차고, 주전으로 뛰는

아이에게는 의미가 큰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니..(다 이루진 못했지만) 작은 목표를 이룬

날들이기도 합니다.


축구부에 들었을 때 나는 꼭 ~

주장 완장을 찰 거야,

주전을 할 거야,,

득점왕이 될 거야!!

하마만큼 커다란 꿈이 가득했습니다.

새 다리에.. 뼈 밖에 없는 앙상한 팔을 들고

엄지 척을 하던 자신감 넘치던 아들,,

(저희는 다치지만 말자며.. 속으로 응원했습니다)


늦게 시작한 축구.. 축구부 근처에서 물도 마시면

안 되는 몸치.. 저질 체력.. 백옥같이 흰 도자기피부..

천지도 모르고 축구부 실 앞에 죽치고 앉아 선수하고

싶다며 1인 시위를 하던 아이..

축구부 친구들이 전지훈련 가는 날 관광차 타는 걸 보면서 더 그 꿈은 커져갔네요.. 아마도 소풍인 줄 알았었나 봅니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첫 동계 훈련 갔다가 식겁 대잔치를 치르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대성통곡하고 울던 아들에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한 번도 긴 시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이,, 온실 화초처럼 컸습니다. 그 흔한 학원에서 1박 2일 캠프나, 당일치기 견학도 못 보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돼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학교에서 가는 체험학습은 어쩔 수 없이 보내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항상 끼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여리고, 어린,, 유리 멘털에 아이가 겁도 없이 축구를 시작했네요.


그러고 나서 찬란한? 축구선수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달 벤치지킴이였습니다.

기본기 자체가 안되어 있는 데다, 축구 용어도 몰랐고,

규칙은 말할 것도 없는 데다,, 줄넘기도 못 뛰는 아이 등등 뛸 수가 없었네요.

솔직히 혹시라도 뛰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 날들이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 뛰면 어쩌지..


어릴 적부터 공을 찼던 친구들이 있기에 그 그림자조차도 밟지 못하는 느린 아이,,^^;;

그림자보다 느렸네요 ㅎㅎ

그래도 꿈이 가득했습니다. 두 눈이 커다란 축구

공에서 떼어지질 못했네요. 때려야 땔 수 없는 사이..

뛰지 않아도 그 속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였습니다.


공이라고는 차 본 적이 없는 초4,, 축구..

지금 생각하면 참 안타깝긴 하네요..

코로나가 야속하기도 했고요.

조금만 더 빨리 시켜줄걸.. 하고 얼마나 긴 시간

후회를 많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날 아들과 대화를 하다가 물었네요.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잘했을 텐데 그렇지?

아니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잘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간절하게 개인 운동을 죽도록 열심히 안 했을지도 몰라.. 라며 어른 소릴 냅니다.


초등 마지막 화랑대기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현실에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큰 실망이 무력감까지 가져다줘서 일까요.

아이는 한동안 말 수가 줄었고, 기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대회기간 중 많이 울었네요. 눈물이 많습니다.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고,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을 것이며, 여러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한없이 작인 지는

자신을 알았기에,,

속이 찢어져도 집에 가자고 짐 싸라고 말하지 못했네요

그 어린 마음에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기에.. 함부로 짐 싸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네요.

아들이 더 열심히 할 거라고, 얘기해서 더더 말을 아끼게 됩니다.


소리 없이 응원해 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해줄게 없네요.

끝까지 믿고, 파이팅 해주려고요.


PS 아니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기도 했고,

개인 훈련 역시도 컨디션 관리하면서 다리가 풀릴 정도로 했네요.


화랑대기를 멋지게 장식하고, 졸업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비가 와도.. 땡볕이 살을 찔러도.. 짙은어둠이 깔려도.. 초록 잔디 세상과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털어내고 다시 화이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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