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아들 잘 갔어?? 컨디션은??"
저더러 그만 좀 애를 끼고돌아라며, 그래가지고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겠냐며 늘 잔소리잔소리..
그런데 아침마다 전화가 오네요. 아이에 안부를 매일 묻습니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건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남편은 모든 스포츠를 진심으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큰 경기가 치러지는 날이면 티브이를 켜서 봅니다.
"축구 볼 거니까~치킨 시켜줘~"라는 말도 잊지 않구요!!
그렇게 아이들과 축구를 보는데, 갑자기 아들이 조용히
얘기하네요.. "축구가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죠?"
열심히 다리를 뜯으며 "그래하면 되지~" "축구화랑 공부터 사러 가자"며 우스게소릴 했습니다.
다음날 축구화랑 공을 사러 가자네요?? 어? 그래?
그럼 주말에 가보자 했더니,, 정말 주말에 축구화랑 공을 사러 가게 됩니다.
새 축구화와~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쫓아가던 아들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던지 세상 즐거워 보였네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남자아이가 집에서 책 읽고, 게임만 해대는 게 못마땅했거든요. 운동장에 가보라고 해도 들은척
마는척 덥고 가기 싫다던 아들이 그날 이후로
축구장에 쭉쟁이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러다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축구부에 들고 싶다합니다..
세상에..뛰는게 젤 싫다던 녀석이..걷기도 싫다면서
학교에 축구부를 들고 싶다고 합니다..
일단 말을 뱉으면 끝까지 가봐야 되는 녀석이라,
학교 축구부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습니다.
"절대로 못 들어간다 들어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며 아이에 아빠가 얘기합니다.
알고 있는데도 얄밉고 속상했네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께서 운동신경이 없어서
어렵고,취미반에서 하자고 하십니다. 일단 그렇게 시작된 축구와에 인연으로 초록잔디 세상에 첫발을 딛습니다.
그래도 축구부에 입단이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 길래
그때부터 저와에 저녁훈련이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꿈도 꾸지 마라 했기에, 운동장에도 안 나와봤네요. 혹시나 꿈이라도 꿀까 봐 그랬을까요..
대신 저녁밥을 해놓고 기다렸습니다.
빨리 포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네요.
혹시나 아이가 나중에 더 힘들어질까봐 그렇답니다.
그래서 더 지독하게 기본기와 체력부터
같이 하면서 제가 그랬네요!!
"내가 자기 손에 장을 지지게 해 줄께~!!"ㅋㅋㅋ
솔직히 저도 말만 그랬을 뿐 확신은 없었습니다.
일주일 두 번 하는 취미반에서 더 실력을 키울 수 없어
저녁운동하고 PT를 병행해서 다녔습니다.
말라깽이 몸으로 주말까지 쉬지 않고 운동을 했네요.
참 의지가 대단하다 생각을 했습니다.
뒤에 진학상담을 하며 들은 얘기지만 이 녀석이
매일 축구부실 앞에서 무언에 시위를 했다지요^^;;
그만큼 간절했기에..
여름내 운동장에 살면서 땀띠가 나서 누울 수 없고, 손발이 얼어 딱딱해져 그 진동이 무서울 텐데..
손이 살짝 긁혀도 세수도 못하던 그 엄살쟁이 녀석이 발이 짓물러가며 개인운동을 이겨내더니 그 의지가 가상해서 일까요.. 입단을 하게 됐네요.
남편 손에 장이 지져졌을까요?? ㅎㅎ
그렇게 저와에 1년 남짓한 기본체력 다지기를 끝내고
아빠와 초록잔디 세상으로 바통터치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에 노력으로 아빠를 이겨낸 거나 다름없네요.
둘이서 처음에는 티격태격 요란한 소릴 내더니
어느새 서로 의지하며 더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힘든 과정과 시련을 함께해 왔기에 더 아들이 걱정되고 챙기게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큰소리 한번 없이. 군소리도 없이 아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이라니,, 측은지심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무수한 노력들이 한 번에 반짝 빛을 바라기보다는 서서히 여물어 단단해져가고 있음을 얘기해주고 싶기도 할 듯합니다.
몇일전 마지막 경기도 보러 간다며 반반차를 쓰시는
남편.. 이런 정성을 아이도 아마 모르지 않겠죠??ㅎㅎ
단단해져 가는 몸 만큼이나 서로 더 단단하게 이어져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