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브런치는 나를 위로하는 소통 창구이다.

by 루나케이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던 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첫 기억이 너무 설레었던 기분은 아직 남아있다. 가장 브런치를 하고 싶었던 순간은 너무나 기다렸던 임신 후에 찾아온 입덧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그때 전달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다. 첫 유산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친정엄마의 권유로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친정집에 머물렀다. 임신 10주라고 선생님의 진단 결과를 받았던 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너무 힘들게 했던 입덧은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기쁜데, 불안하고, 배고픈데, 속은 미슥거리고, 혹시나 해서 꾹 참고 한 끼 한 끼 아기를 위해서 먹고 지냈던 시간들.. 내 이야기를 하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축하보다 위로를 그냥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내가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다. 사실 임신 소식 3달 전 갑작스러운 시아버님의 부고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다행히 그 빈자리를 아기가 채워줘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잘 견뎌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당시 나와 남편의 거리는 다시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40년 넘게 같이 지내온 내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통제당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감각이 극도로 발달되어 오로지 감각과 기관들이 나를 지배해 버린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과 하루 종일 망망대해를 떠도는 돛단배에 누워있는 출렁임은 잔잔한 파도처럼 나를 타고 있었다. 나를 경험하고 있는 나도 이해하기 힘든데, 다른 사람에게 이런 상태를 설명하기 더 어려웠다. 생명의 신비도 감사함도 기억나지 않았다. 혼자 가만히 누워 생각만 했다. 그때, 브런치가 생각이 났다. 내가 위로받고 싶었던 게 더 컸지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제3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너무나 그리웠다. 옆에 있는 엄마는 라떼는 더 했다는 지금의 나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었고, 절대 입덧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은 그냥 고생이 많네..라는 책 읽는 소리만 했다. 외롭고 서럽고 힘들고 눈물이 났었는데, 그 감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서럽다.


그때 내가 브러치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담아내고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꺼내면서 좀 차분해지고, 마음이 꽤 가벼워졌었다.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내 감정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다기보다 내 감정을 자꾸 까먹고 잊어버려서 이렇게 기록해 두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내가 참 힘들었구나 하는 마음을 알게 돼서 나를 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서 썼더라면, 지금쯤 시리즈의 브런치 북이 나왔을 텐데, 조금 아쉽긴 하다. 그 당시 친정엄마에게 PC는 압수당하고,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에는 눈이 너무 뱅글뱅글거려서 간간히 메모 정도 겨우 해두었다. 사실 오늘 너무나 브런치가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날과 비슷한 감정이 찾아와 너무 힘들어서 나를 붙잡고 싶어 이렇게 마음을 정리해보기 위해서였다. 감정이 갑자기 휘몰아쳐서 흔들릴 때, 정리가 안돼서 어지러울 때 난 브런치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내 감정을 써 내려가면서 들어다 보는 이 공간이 있어 너무 다행이고 감사한다. 작가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 무거운 단어이고, 부담스러워 지금도 브런치 글들은 차곡히 쌓여가고 있다. 내가 살면서 경험한 일들과 기억들 순간의 감정들이 이야기가 되어 나도 브런치 북을 발간하게 되면서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오늘도 나는 브런치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