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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Jun 13. 2022

대표 준비 N연차,  만년 대표 준비생

그때는 오지 않는다. 시작이 바로 그 때다

연구자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는 이렇게 서두를 연다.

교수님, 연구만 하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 이게 또 갖춰야 할 것들도 있고.. 연구하고 사업은 또 많이 다릅니다..


설명보다, 여기서 부터는 우리 구역니, 우리에게 맡기라는 말로 해석된다. 주로 투자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마무리와 함께..


유학생활중에 신랑과 일을 하면서, 신랑은 화합물을 합성하고 나는 바이오에 적용하는 연구 콤비에서 인생 파트너로 함께 하면서 우리가 찾은 물질을 제품화해서 판매를 해보고 싶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뛰어다녔을 때는 싱가포르 사람이 반드시 1명 이상 있어야 하는 조항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영주권자라 1개 조항은 짜 맞추었으나, 그 외에 부가 조건이 복잡해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좀 더 준비해서 하지 뭐.. 아직 부족하니 제대로 준비해서 하기로 말이다.


잊힌 채 일상을 살다 보니, 눈앞에 연구과제 마무리와 새 과제 제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인생의 흐름처럼 결혼도 하게 되고 나니, 부모님이 눈에 밟혀 귀국을 택하게 되고, 각자 삶을 한국에서도 이어나가려니 주말부부로 살게 되는 계획과는 다른 상황에 대처하며 살게 되었다.


직장 생활이 거듭할수록 내가 채워지지 않고 비어져가는 것 같았다. 이미 짜인 플랫폼에 내가 익숙해지니, 노력보다는 요행이 생기게 되고, 조금 편해지더니 힘들게 하려고 하지 않는 나와, 좀 더 하던 연구를 하면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여지가 있을 것 같은 나를 동시에 대하자니.. 다시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주말밖에 없던 애틋한 시간 신랑은 창업이야기를 종종 꺼냈었다. 오랜만에 꺼낸 이야기였다. 진지하게 나에게 권했다. 반쯤, 농담으로 흘려듣기도 하고, 준비가 될 되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것보다 임신이 그땐 더 시급하고 중요해서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왜 내가 굳이.. 멀쩡한 정규직 잘 다니는데.. 뭐가 아쉬워서..

아쉬워야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회사 할 거라 거들먹거렸던 것 같다. 몰랐던 거다. 몰라서 피하고 싶었던 거였다. 두려웠지만, 창업.. 나를 설레게 했다.. 사실은..


대략 7년 이상 회사를 해라에서, 해볼까 그리고 해보자 였다가 이제는 해야 한다로 그리고 한번 해보고 싶다가 되었다. 항상 아직은 아니라고 막연한 준비만 하다가 임신과 출산을 하고 깨달았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때다. 영원한 건 없다. 내 마음도 변한다. 시작이 바로 그때다


작년 육아 휴직 중에 학교 창업팀과 첫 미팅을 했다. 몸은 덜 풀렸지만, 마음은 한껏 해보고 싶었다.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기술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소개도 받았다. 지난 3월 복직과 동시에 한 달여간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쉽지 않았다. 역시 마음이 움직여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가 시켜서 사업은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빼져리게 깨달았다.


두 달여간의 조율과 미팅.. 비즈니스 모델을 몇 번을 바꾸었는지 모른다. 이제 겨우 마지막 수정을 끝내고 계획서 제출을 하면, 2달여간의 학교 심사가 남았다. 또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내가 스타트업 관련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제2의 나의 인생을 이곳 브런치에 기록하고 다듬어 가고 싶어서다. 런치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듯 창업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누군가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베이스가 튼튼한 건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직접 연구하는 대표가 개발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접 벌어 다시 연구에 재투자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첫 글쓰기를 해본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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