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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Sep 24. 2024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와 결이 맞다는 말

신규 직원의 수습 기간이 다음 달이면 만료가 된다. 이제 내가 직원에게 전달해야 하는 마지막 한 마디가 남았다.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로 조율이라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그런데, 내가 하는 똑같은 말과 상대가 하는 똑같은 말이 결국 같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는 게 마치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이 그렇게 되어 버린다. 마음을 덜어 내어 놓는 순간..



-저는 정말 많이 노력했고, 지금 이제 좀 알 것 같고, 재미도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제가 느려서 그런가요?

-제가 드리는 이야기의 시점은 딱,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의 시간입니다. 느림이 문제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핵심도 아니고요.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게 저희의 결론입니다. 



사실은 나도 말하고 싶다.

이사 3명에 직원 2명 이게 다인 벤처에서 느려서 그러냐고요? 본인이 느린 건 알고 있긴 하시네요? 이사 1 은과제 따오겠다고 정신 팔려 있고, 이사 2는 여기저기 제품 홍보 하겠다며 사람 만나고 다니고, 이사 3은 연구원들 실험 결과 백업하느라 같은 일 수없이 반복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달린 결과 과제도 받고 작게 남아 투자도 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당신과 우리는 결이 맞지 않습니다.


회사 자본금 중에서 아직 이사들은 급여도 회사에서 받아 가지도 못하는데, 좋은 사람 뽑아서 같이 가보자고 뽑은 연구원이었다. 우리의 첫 연구원이었다. 기대도 컸지만, 사실은 실력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기대였던 것이다. 합의되지 않은 우리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가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고, 성장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변할 거라 생각했다. 사실은 핵심이 전달되지 않은 허공 대한 그저 우리의 외침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크게 먹었었다. 반드시 투자유치 성공시킨다. 과제 수주 한다.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올 초부터 달려왔다. 돈 벌어서 더 좋은 사람과 일하겠다고.. 그리고 우린, 여기까지지만 당신의 전 직장은 6개월 전보다 성장했고, 당신은 그전보다 나아지셨나요?라고 묻고 싶다



제대로 몰라서 반심반의 하며 3명의 이사 모두 갸우뚱했지만, 그래도 시작해 보자고 결정한 첫 직원이었는데.. 우리 모두에게 실패가 되었다. 회사의 성장으로 그 사람에게 급여를 줄 돈이 생겨서  조금만 더 지켜볼까 기대려 줄까 라는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더 흘러가면 우리의 기대보다는 이제 직원의 기대가 더 커질 것이다. 막연히 이젠 여기서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안도감으로 말이다. 우리의 기대가 바뀔 가능성이 없는데도 말이다. 책임소재가 반반에서 아주 애매해지는 시점에 우리는 또 오늘과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제도가 양쪽의 책임으로 질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있는 지금이 돌아서기에도 편해지기에도 딱 좋은 시점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내가 감히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작은 성장을 앉아서 기켜봐줄 여유가 없는 우리 회사의 성장이 더 시급한 현실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다. 



난 회사의 운명을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개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로서 그냥 그 임무를 다 할 뿐이다. 그래서 우린 여기까지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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