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이기겠다는 착각

나는 지금 괜찮은가?

by 루나케이

두렵고 겁이 나면 브런치가 생각난다. 붙잡고 나를 달래줄 유일한 곳이라는 여기가 아직 있다는 사실이 가슴 설레게 한다. 매일매일 글을 쓰지도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지고 못하면서 이 테두리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오늘도 나는 이야기한다.


브런치, 네가 있어 내가 숨을 쉬고 쉬어 가는구나...


작년 가을이 시작하기 전 즈음에 직원의 권고사직을 대면할 때는 뭐라고 해야 상처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는데, 오늘은 직원이 말했다.


" 저 퇴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했다고 하기에는 사실 충격이었고, 전혀 예상 못했다고 하기에는 내가 어떤 대표였는지 객관성 있게 보자니,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난 내가 괜찮은 사람일 거라고 믿고 싶었던 사실이 무너져서 충격이었다.


항상 누군가를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사람을 보는 시각이 나도 많이 딱딱해져서 버렸다


-업무 역량이 부족하고, 성취욕구가 부족하고, 대처가 느린데, 성격이 좋은 크게 문제없는 사람... 그러나 지금 이렇게 초강수를 두고 퇴사라를 조커를 내밀면... 나는 아... 아쉬운 사람이 되어 버린다 갑자기.. 그리고 한없이 초라하다. 이 한순간 너와 내가 아무도 아닌 사람보다 더 꽁꽁 얼어붙은 등골 시린 이 기분.. 참 차갑고 건조한 이 관계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제처럼 뜨거웠던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항해 치고받으며 논의를 하던 우리가 이렇게 갈라져 버리는 한 순간 말이다.


" 대표님, 저는 잘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저는 제가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


맞는 말인 것 깉은데, 나도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내가 나를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네가 지금 갑자기 나가는 시나리오는 없었는데 이렇게 네가 갑자기 판을 엎으면.. 왜 내가 진 것 같은지.. 왜 다 내 잘못만 같은지.. 갑자기 주저리주저리 막 보듬어보려는 내가 보일까 봐 두려워진다. 어제 같이 대표랍시고 뭐라도 해보겠다고 으쌰으쌰 호기롭던 내가 너무 쪼그라드는 이 마무리도 못해서 절절매는 초짜배기 대표..


"힘들었죠? 에구에구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그랬겠네요.. 그때 이야기 하지 그랬어요. 마음이 다치면 다 소용없는데.. 관계라는데.. 회사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래요.. 여기 삶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자신의 인생 바운더리가 아니면 아닌 거죠. 괜찮아요."


믿도 끝도 없는 그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런 쓸데없는 말들만 막 쏟아내고 만다. 나.. 참 뭐가 이리도 얄궂은지.. 내가 뭘 잘못한 건지만 자꾸 되뇌게 된다. 그리고 화도 안나는 내가 더 화가 난다. 마지막에는 좋은 사람으로 내가 기억되고 싶은 건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무거울 거라는 공감이 나에게 남아있는 것 같다.


내가 언제부터 대표였다고... 10년 넘게 누군가 밑에서 성장하고 욕먹고 월급 받으며 살던 내가 아직은 3년짜리 대표 따위의 삶에 덜 녹아들어 간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은 대표인 내가 참으로 딱하고 서글프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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