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갖지도 알지도 못하고 다시 처음처럼 또 책을 산다
오늘 내가 내 손목을 잡았다. 또 새책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을 드나들었다. 그렇게 책으로 나는 허세를 부린다. 좋은 책 골라서 모아두면 마치 다 읽은 것처럼 세상 그렇게 내가 대견할 수가 없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는 책을 사기 위해서다. 잘 정리된 메시지가 마치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누군가에게 추천까지 하고 싶게 만든다. 채워지지 못한 내 무지함에 뭔가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참 좋다.
사무실 문을 열면 제발 좀 읽으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하루 메시지 캘린더, 영어 문장 캘린더 등등 그렇게 잘 보이는 곳에 뒀건만, 난 바닥만 보며 자리에 앉는다. 마음이 안 편하다. 하루 1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죄인처럼 그 앞을 화장실 갈 때도 돌아서 지나가 버린다.
오늘은 바쁘지도 않다. 밀린 일도 없다. 세상 여유롭다. 그래서 책들과 직면했다.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1/3도 못 본책들과 1/2 정도 본 책들 사이쯤 본 책들까지..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책을 고르며 살 때가 가장 기분이 설렌다. 그러나 책이 도착하면 안도하며 책꽂이에 꽂는다. 든든한 한 끼를 저금에 둔 것 같다. 그러나 전혀 책이 고프질 않다. 이 책들이 오늘은 내 가슴을 짓누른다.
우리가 운동선수 할게 아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상식처럼 책 읽는 습관도 그런 상식인데, 습관이 들여지지가 않는다. 운동은 그래도 아프면 결국 하게 되기도 하지만, 책 읽기는 죽을 때까지 모르고 안 해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생을 마감할 수 도 있다. 증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곧 무지함이 탈로 날 것 같습니다. 아는 게 이제 몇 %뿐입니다."라고.
불현듯, 뭔가 책을 읽으면서 얻으려고 하는 내 마음가짐이 나를 옭아 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글쓰기를 몇 개월 만에 다시 시작했다. 요 며칠 기웃거리다 백지를 보며 한참 앉아 있다 떠올랐다 " 뭘 생각해서 글을 쓰냐? 뭐 기대하냐?" 누가 나에게 기대를 하지도 않는데 혼자 같지 않지도 않은 작가같이.... 유치했다 내가.
책이 그렇게 다가와 주길 기대했는데, 내가 너무 각 잡았던 모양이다. 생각 없이 빠짐없이 한참을 하다 보면 오늘내일도 모르게 되는 어느 시점에 다 읽은 책들이 쌓여 있을 텐데 말이다. 어느 금메달리스트가 인터뷰를 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나요? 예상하셨나요?
-그냥 매일 눈뜨면 운동하고 밥 먹고 쉬고 또 운동하고 그렇게 했어요.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삶을 살았어요.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있는 선수도 먼저 습관부터 들인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나쁘기도 하고,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습관을 버리지는 않는다. 가장 무서운 습관이 자신을 감싸고 있어서 힘들어도 아파도 그날 하루의 몫을 해 내고 만다. 그게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려는 대단한 목표도, 최고의 책 읽는 사람이 되려는 목표도 없는 내가 이것을 습관을 들이겠다고 한 생각 차체가 가당키나 한 것이었을까? 목표도 없는데, 뭘 그렇게 힘들게 시작할 이유가 없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나도 나를 만들어 가는 습관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은 책을 보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