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8월 26일
배철수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음악캠프'를 좋아한다. 이 역시도 좋아하는 데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프로그램의 중반부에 Acoustic Alchemy의 'Ballad For Kay'를 BGM 삼아 나오는 내레이션을 특히 좋아한다. 지금껏 몰랐던 이야기들이고, 또 어쩌면 앞으로도 몰라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은 없는 이야기일 테다. 하지만 어쩐지 들어두면 앞으로 인간답게 더 잘 사는 데에 도움은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 요즘의 매체 치고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꽤 긴 호흡을 가지고 전해지는데 이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자주 챙겨 듣진 않지만 한번 들을 때는 꽤 집중해서 듣는 편인데, 그날은 소설가 윤흥길의 작품인 '기억 속의 들꽃'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디오는 현재 금의 투자가치에 대한 현상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기억 속의 들꽃'을 견주면서, 전쟁으로 인해 천애고아가 된 소설의 주인공 명선이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꼬집는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의 황금과 인간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다시 돌이키게 만들었다.
내가 작년 3학년 2학기에 가르치면서 시험 문제로도 출제한 '기억 속의 들꽃'. 작년에 내가 가르치는데 쓴 시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오로지 라디오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 속의 들꽃'이 소개되는데, 내가 국어교사라지만 과연 내 수업이 이 짧은 라디오의 한 꼭지가 전하는 '기억 속의 들꽃' 보다 그 의미를 잘 끄집어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졌다. 교사의 훌륭한 가르침도 가르침이지만, 사회정서교육의 측면에서는 학생이 작품과 작품 속 명선이를 주도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라디오를 통해 성찰했다. 그리고 이렇게 역사적 맥락이 뚜렷한 제재를 가지고 사회정서교육을 하는 것이, 실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김윤경 선생님의 책 내용이다.
'역사와 우리 자신 마주하기Facing History and Ourselves는 주로 고등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셀렉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종 차별, 전쟁과 인간성 파괴, 이민자 문제 등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나 문학 작품을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사회정서적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이를테면 인종 차별을 다룬 소설 <<앵무새 죽이기>>나 '홀로코스트', '난징학살'같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텍스트나 영상을 수업 자료로 제시하고 토론과 비판적인 글쓰기 등을 통해 윤리적 성찰을 하도록 한다.'
다시 또 3학년 2학기, 명선이를 가르치는 수업이 다가온다. 아니, 이제는 명선이를 만나는 수업이라고 하고 싶어졌다. 거의 매년마다 한 번씩 만나는 명선이지만, 올해는 유독 명선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른 것을 보니 내가 '역사와 우리 자신 마주하기'라는 프로그램의 측면에서 사회정서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명선이를 만나고 싶긴 한가보다. 그런데 나는 과거의 명선이를 만나는 것에서 또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마침 알게 된다. 정말 공교롭게도 오늘 나온 뉴스, '무용수를 꿈꾸던 여고생 3명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감사 결과가 오늘 나왔다.
2025년 6월 26일은 내가 '늦어버린 긴급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사회정서교육과 관련한 공부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첫 브런치를 올린 날이다. 그리고 약 2달 여만에 '부산에서 발생한 학생 집단자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학생들이 재학했던 학교 운영 과정에서 학교-무용강사-학원 간 '입시 카르텔'을 비롯하여 교직원들의 각종 비위가 있었다는 것. 그 시간 동안 그들을 생각하며 적었던 글들이 오늘로 34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제 명선이와 같이 비극적인 일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인가.
나는 일단 이 모든 명선이들의 비극이 이제는 역사로만 존재하길 바라면서, 역사와 우리 자신을 마주하는 공부를 사회정서교육적으로 계속 심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이 부족한 기록들을 감히 명선이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