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34)_다정한 거짓말쟁이 9명 구함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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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선생님의 '사회정서학습'(다봄교육)과 더불어 최근 사회정서교육 관련해서 읽고 있는 책이 한 권 더 있다. 그것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공저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이다.


진화인류학을 전공한 두 학자가 과학적인 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호모사피엔스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확실히 요즘의 진로 진학적 대세는 이과라던가. 이과는 직접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단순한 오해를 넘어서, 이제 이과적인 연구가 인간으로서 더 잘 살 수 있도록 성찰하게도 해준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잘 사는 문제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험이나 사례를 한 번이라도 더 보여준다는 점. 갑자기 이 책을 소개한 데는 일전에 소개한 나의 사회정서 교육프로그램인 그 뻔한 아침독서를 아이들과 같이 하다가 재미있는 실험을 또 하나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러시아와 독일군의 야만적 침공에서 살아남은 폴란드계 유대인인 '솔로몬 아시'의 연구. 그는 한 방에 사람 10명을 모아놓고 카드 2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른쪽 카드의 선이 왼쪽 카드의 선보다 긴지 짧은 지를 묻는데, 사실 10명 가운데 9명은 아시의 실험 보조로 고용되어 전원이 오답을 선택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열 번째 피험자가 이들의 오답을 듣고 나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이 실험의 결과, 오답을 선택한 확률은 실험 횟수의 75퍼센트였다.


위의 서술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213쪽부터 214쪽을 요약한 것으로, 최대한 주관성을 배제한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위의 마지막 문장에서 '오답을 선택한 확률은 실험 횟수의'와 '75퍼센트였다.'사이에 '무려'라는 말을 넣고 싶어서 혼났다. 사람이라는 게 '무려 75센트가' 누가 봐도 아닌 줄 알면서 9명을 따르게 되다니!


이 책에서는 이 실험이 '순응 욕구'의 이름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게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사용했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역이용을 하고 싶어졌다. 나의 역이용은 간단하다. 일부러 오답을 택하듯이, 일부러 현재 나의 마음과 맞지 않는 것을 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부정적 감정이 정답인 상황이라면, 이 상황에서는 오답을 골라서 더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누군가가 그와 그 주변에서 '잔뜩 찌푸린 X'를 볼 지라도, 9명의 다정한 존재들이 '맑게 갠 O'라고 일부러 오답을 보고 알려준다면, 그도 다시 75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X'를 'O'로 보는 전환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나의 생각도 역시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9명의 다정한 거짓말쟁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물론 나도 10명을 채우기 위한 한 명의 다정한 거짓말쟁이가 기꺼이 될 생각이다. 9명 중에 한 명이라도 부정을 향해 간다면, 나머지 9명은 무조건적으로 긍정을 전해주는 다정한 거짓말쟁이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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