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37)_이끼 툴키트(마인드업 프로그램2)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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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우리 집 거실이다. 그리고 저것들은 대부분 이끼이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그간의 삶과는 전혀 다른 단절 속에서 다소 우연히 만난 것은 이끼였다. 가장 하찮아 보이면서도 가장 용기 있는 생명체인 이끼. 4억 5천만 년 전 지구에 최초로 상륙한 생명체이며, 자기 몸의 20배 이상의 물을 흡수하기도 하고, 자기 몸의 수분이 대부분 사라져도 죽지 않는 이끼. 그러면서도 공기정화 능력은 보통의 식물보다 뛰어나며, 그러면서도 지구에 욕심내는 법이 없는 이끼.

이런 이끼에 푹 빠져서 코로나와 그 이후를 살아가고 있고, 그러는 동안 이끼와 함께 학교, 연수원, 도서관 등 여기저기 출강까지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끼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깃거리들도 나오던 터라, 나름으로 정리하여 여기저기 투고도 해봤지만 현재까지는 출판에 실패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끼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기회가 생기긴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면서, 일단 조금이라도 미리 이 이끼 이야기를 하게 된 까닭은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툴키트에 대한 설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윤경 선생님은 마인드업 프로그램에 이어서 이를 위한 툴키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개 사회정서학습을 실시하려는 학교는 이와 같은 상업적인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 툴키트를 구입해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정서학습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툴키트 안에는 어린 아동들이 좋아하는 퍼펫 인형이나 스티커, 색감 있는 포스터와 카드들이 들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교사용, 학생용, 관리자용 등 다양한 툴키트는 교재와 교구뿐만 아니라 실행과 평가를 위한 안내서까지 포함하고 있어 사회정서학습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끼 중에 서리이끼는 완전 건조된 상태에서 물을 주었을 때의 변화가 정말 극적이다. 분무기로 두세 번 뿌렸을 뿐인데 마른 서리이끼가 30초 정도만에 확 피어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한 번은 초등학교 6학년 2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끼와 테라리움 수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이 활동을 함께 했더니, 학생들이 하나같이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끝나는 종이 울려도 자기 교실로 올라가지 않고 이끼를 만지거나, 아침 일찍 오면 이끼를 더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 반의 강의가 끝났음에도 아침 일찍 찾아와 이끼를 만지던 아이들. 그때 그 기억과 지금의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 툴키트의 이야기가 만나, 나는 또 다른 툴키트를 구상해 본다. 바로,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이끼 툴키트'이다.


그간 강의를 다니면서 나름 툴키트의 변화가 있었다. 일단은 테라리움 키트 제품을 사서 구매했는데, 이것의 단점은 소포장으로 인해 쓰레기가 매우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환경보호를 논하면서 쓰레기를 잔뜩 배출하는 상황이 안타까워서, 일단은 자체 제작 키트로 내가 직접 구성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툴키트는 아주 다양해졌는데, 그것은 사실 돈 때문이었다. 각 기관의 형편에 맞추어 재료를 준비해 보느라, 출강을 요청한 기관 별로 여러 테라리움 키트들이 탄생했던 것. 그런데 내가 이 키트들에 덜 담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회정서를 위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새로운 이끼 툴키트는 그간 나름으로 공부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도 더불어 담길 것이다. 아직은 연구 중이긴 하지만, 이끼를 가지고 명상을 할 수도 있고, 토론을 할 수도 있고, 환경과 자신을 마주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속 새로워지는 노력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기 저 이끼가 알려준 것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였다. 게다가 사실 주인공은 이끼고, 나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만 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막상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 '이끼를 활용한 사회정서 툴키트'가 더 구체화되는 대로 또 이곳에서 소개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또 다른 툴키트를 몹시 공부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만나고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설렘만으로도, 나의 사회정서는 또다시 긍정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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