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9월 2일
사회정서교육의 학교 현장 실시를 위한 가장 처음의 추진 사항은 '추진 팀 구성하기'이다. 이 첫 단계에서 아마 대부분의 사회정서교육 현장 실시가 실패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는 '팀'이 곧잘 '업무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활동의 시작부터 오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과 '업무'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교사이시기도 한 김윤경 선생님은 사회정서학습 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으셨다.
'사회정서학습 팀은 사회정서학습이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집단적 지혜를 통해 운영되며, 실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인성교육부나 연구부가 사회정서학습을 추진하는 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정서학습을 실시하고자 하는 교사가 전문적 학습 공동체나 연구 동아리를 조직해서 사회정서학습의 실행을 이끌어 가는 것도 가능하다. 사회정서학습 팀은 사회정서학습을 동료 교사들에게 알림으로써 사회정서학습이 우리 학교에 왜 필요한지 인식하게끔 할 수 있다.'
이미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학교는 매년 학기 말마다 내년을 위한 진통이 시작된다. 이게 참 안타까운 일인데, 연말에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시기에 학교는 내년을 위한 판을 짜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을까를 두고 설왕설래가 시작된다. 이는 보통 1명의 교장, 1명의 교감, 소수의 교감 승진 희망 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해당된다. 물론 나에게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학교에 대한 거국적인 명분으로 팀을 조직하는 것은 결국 업무와의 변별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예 부서 중심으로 분장하는 것으로 진행한다면?
2022년 기초학력보장법 시행에 따라 기초학력이 업무로 학교에 내려졌을 때, 새로 생긴 업무인 이것을 갑자기 어느 부서에서 맡을지 한바탕 진통을 겪은 적이 있었다. 어떤 교사들은 물었다. '이걸 갑자기 왜 해야 하나요?' 관리자들은 대답했다. '법으로 하게 되었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내려진 업무를 어찌어찌 쪼개서 맡게 되었을 때, 담당자들은 기초학력 학생들을 위하려는 진정한 마음이 갑자기 샘솟을 수 있을까?
기초학력담당부장으로서 연말 대면 연수에 갔을 때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의 주된 마음을 나누었다.
1. 거기는 이거 어디서 맡았어요?
2. 저는 내년에 일단 도망갈 거예요.
사회정서교육만큼은 시작점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나는 결국 김윤경 선생님의 글을 찬찬히 다시 읽으며, 그 속에서 사회정서학습 팀이 어떻게 조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주 작지만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된다.
바로, '지혜'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잘 가르치려면 잘 공부해야 한다.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지식을 통한 지혜의 추구는 교사의 본분이다. 나는 사회정서와 관련한 팀은, 더 지혜롭고 싶어 하는 교사 본연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올해 '사회정서교육 교사 연구팀'에 들어가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같이 근무하진 않지만 같이 글도 쓰고 수업도 나눔하는 한 선생님의 문자였다.
"샘들~ 즐거운 월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진짜 혹시혹시, 저도 큰 고민 없이 그냥 갑자기 문서 보다 땡겨서 여쭤보는 건데요. ㅋㅋㅋㅋ
사회정서교육 관련 연구회 같이 해 보실 분 계실까요?
저 원래 이런 데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냥 보다가 관심 있는 분 계실까 하여 여쭤봅니다!"
땡긴다는 것보다 더 좋은 시작이 또 어디 있을까.
그리고 2학기 수행평가의 주제를 '나의 사회정서 보고서'로 잡게 된 것도, 한 젊은 선생님과의 교과협의를 통해서였다. 그분은 사회정서교육을 주제로 한 수행평가를 제안하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시작했다.
"사실 제가 이번에 해보고 싶은 수행평가가 있는데,"
나는 대답했다. 누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것이라고. 특히 교과적으로 그렇다면 더욱 그러하다고. 누가 해보고 싶다면, 나는 정말 기쁘게 돕고 싶다고.
해보고 싶다는 것보다 더 좋은 시작이 또 어디 있을까.
일괄적인 업무 분장보다 단점도 많겠지만, 나는 아직 사회정서교육만큼은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시작만큼은 조금 느리더라도 정말 지혜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들의 경험을 대신 들려주면서 나도 꽤 지혜로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간증하는 것 정도이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국어과 세 명이 사회정서교육적인 수행평가를 하게 되었으니, 나름의 팀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라 봐도 되지 않을는지.
공동의 지혜 탐구로 접근하는 사회정서교육 팀의 조직! 이를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무형식의 형식으로 팀을 조직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팀을 조직한다는 시작 단계부터 누군가에게 '제가요?'라는 말을 하게 했다면, 그것은 그 말을 한 사람보다 그 말을 하게 한 사람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찌어찌 그런 말이 오가면서도 조직이 되었다 한들, 가치와 의미는 훨씬 적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할래요."
이 말 한 번 들을 수 있다면, 오늘까지 39번의 브런치를 쓴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