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9월 3일
"아, 뭔가 우울했는데 학교 오니까 행복하다."
수요일 아침 교무실이었다. 친애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일과 준비를 하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내 자리로 향하는데, 그중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 동료 분께서 내 등 뒤로 혼잣말하듯이 하신 말씀이었다. 나를 포함해 함께 나눈 대화가 행복의 비결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우리의 사소한 대화가 더 우울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아서 나도 갑자기 조금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우리의 대화는 정말 그냥저냥 간단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책이 있는 나의 교실을 보면서 당신도 당신의 학급에 책을 준비하였다는 것과, 또 거기 놓인 책 중에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에 대한 소개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그 책이 몹시 궁금해져서, 잠깐 그 선생님의 반에 가서 그 책을 살짝 들추어 보고 왔다. 그러다 그 책에 있는 한 문장에 잠깐이지만 퍽 감동하였다.
'모든 것들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나는 그냥 그 문장 옆에 실제로 살아 있는 것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우리 반에 있는 여러 화분 중에 하나가 놓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냥 했다. 그래서 우리 반 교실에 가서 내가 키우던 화분 하나와 그것을 걸 수 있는 고리를 함께 가지고 왔다. 준비한 화분은 내가 키우던 식물을 번식해서 새로 만든 화분이고, 걸 수 있는 고리는 다른 데 쓰고 남은 여분이었을 뿐이다.
담임도 아닌 내가 책을 읽고 뭔가를 들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던 다른 반 아이들. 그런데 거기에 놓인 화분을 발견하고는 그보다 더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쌤, 정말 예뻐요."
이쯤 되면 오늘 나에게 행복을 전해준 선생님의 말씀을 내가 다시 한번 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뭔가 우울했는데 학교 오니까 행복하다."
김윤경 선생님은 사회정서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미 책의 처음 부분에서 여러 통계 자료로 밝힌 바 있다. 그것을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줄곧 자살이다.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자살 청소년은 2017년에 비해서 1.4배 늘었으며,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건수는 2019년에 비해 18.9% 증가했다. 게다가, 학교 폭력 피해 응답 인원은 2020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런 통계 결과들은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지수가 왜 OECD 22개국 중 최하위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 준다.'
자살을 막고 우울을 예방하며 학교 폭력을 줄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이 맞다. 하지만 이렇게 무겁게만 시작한다면, 이토록 틈틈이 숨어 있는 소박한 행복까지 찾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엊그제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교사 연수도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로 시작했고, 실은 내 브런치 스토리도 청소년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사회정서학습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솔직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기도 하다.
"그냥"
비속어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인 '그냥'. 하지만 사회정서교육을 공부하고 보니, '그냥'이라는 말 안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너무나 크거나, 복잡하거나, 말로는 표현되지 않아서 결국 시간에 쫓겨 그냥 '그냥'이라고 말하게 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이 한 번이면 오해로 그칠 수 있지만, '그냥'의 긍정적인 연쇄는 곱하기가 되어 결국 자살도 우울도 예방하고 학교 폭력을 줄일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아직 우리 교실에는 번식시킨 화분이 더 남아 있다.
내일도 '그냥' 선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