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40)_그냥들(사회정서학습의 필요성 공유하기)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9월 3일



"아, 뭔가 우울했는데 학교 오니까 행복하다."


수요일 아침 교무실이었다. 친애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일과 준비를 하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내 자리로 향하는데, 그중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 동료 분께서 내 등 뒤로 혼잣말하듯이 하신 말씀이었다. 나를 포함해 함께 나눈 대화가 행복의 비결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우리의 사소한 대화가 더 우울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아서 나도 갑자기 조금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우리의 대화는 정말 그냥저냥 간단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책이 있는 나의 교실을 보면서 당신도 당신의 학급에 책을 준비하였다는 것과, 또 거기 놓인 책 중에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에 대한 소개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그 책이 몹시 궁금해져서, 잠깐 그 선생님의 반에 가서 그 책을 살짝 들추어 보고 왔다. 그러다 그 책에 있는 한 문장에 잠깐이지만 퍽 감동하였다.


'모든 것들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나는 그냥 그 문장 옆에 실제로 살아 있는 것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우리 반에 있는 여러 화분 중에 하나가 놓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냥 했다. 그래서 우리 반 교실에 가서 내가 키우던 화분 하나와 그것을 걸 수 있는 고리를 함께 가지고 왔다. 준비한 화분은 내가 키우던 식물을 번식해서 새로 만든 화분이고, 걸 수 있는 고리는 다른 데 쓰고 남은 여분이었을 뿐이다.


담임도 아닌 내가 책을 읽고 뭔가를 들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던 다른 반 아이들. 그런데 거기에 놓인 화분을 발견하고는 그보다 더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쌤, 정말 예뻐요."


이쯤 되면 오늘 나에게 행복을 전해준 선생님의 말씀을 내가 다시 한번 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뭔가 우울했는데 학교 오니까 행복하다."


김윤경 선생님은 사회정서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미 책의 처음 부분에서 여러 통계 자료로 밝힌 바 있다. 그것을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줄곧 자살이다.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자살 청소년은 2017년에 비해서 1.4배 늘었으며,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건수는 2019년에 비해 18.9% 증가했다. 게다가, 학교 폭력 피해 응답 인원은 2020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런 통계 결과들은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지수가 왜 OECD 22개국 중 최하위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 준다.'


자살을 막고 우울을 예방하며 학교 폭력을 줄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이 맞다. 하지만 이렇게 무겁게만 시작한다면, 이토록 틈틈이 숨어 있는 소박한 행복까지 찾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엊그제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교사 연수도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로 시작했고, 실은 내 브런치 스토리도 청소년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사회정서학습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솔직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기도 하다.


"그냥"


비속어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인 '그냥'. 하지만 사회정서교육을 공부하고 보니, '그냥'이라는 말 안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너무나 크거나, 복잡하거나, 말로는 표현되지 않아서 결국 시간에 쫓겨 그냥 '그냥'이라고 말하게 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이 한 번이면 오해로 그칠 수 있지만, '그냥'의 긍정적인 연쇄는 곱하기가 되어 결국 자살도 우울도 예방하고 학교 폭력을 줄일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아직 우리 교실에는 번식시킨 화분이 더 남아 있다.

내일도 '그냥' 선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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