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9월 4일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사는 지역은 경기도이다. 꽤 먼 거리인데다 아직 더워서 요즘엔 차로 출퇴근을 하지만, 이제 슬슬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서 무척 기다려진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는 까닭은 1차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리고 그와 더불어 기름값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리 동네'를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직장의 동네도 우리 동네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사는 동네보다 이곳을 더 우리 동네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만나며 사는 사람들인 학생과 학부모가 사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살았던 동네에서 이사를 가면서, 직장인 학교가 있는 동네를 내 동네로 생각하는 정도가 더 강해졌다. 비록 교사는 5년만에 다른 학교로 이사를 간다고 하지만, 그 5년이라는 시간이 강산도 절반 정도는 변하는 시간이니 만큼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물론 사회정서교육적인 것도 담겨 있다.
처음 내가 근무하는 곳의 동네를 잘 알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가르칠 때였다. 소설 속 가게 주인들 사이의 다툼이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을 가르치는데, 어떤 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듯 말했다.
'어! 이거 우리 동네 빵집 이야긴데!'
알고 보니, 아이들이 사는 동네에 무려 세 개의 빵집이 붙어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그리고 봉베이커리. 그 말을 듣자마자, 어떤 학생은 봉베이커리가 싸고 맛있다고 야단이었다. 어쩐지 이야기가 다소 딴 길로 샌 것 같으면서도, 원미동 사람들의 삶과 자신들의 삶을 견주어가며 감상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잘 된 수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걸음씩 더 학교 주변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으로 동네 쓰레기 줍기를 하더라도 예전에는 집합 및 해산 장소에서 만나고 헤어지면 그만이었다면, 아이들이 오고 갈 때 그 옆에서 조금은 같이 걷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주가는 떡볶이 맛집에서 떡볶이도 사 먹고, 길가다 학부모님을 만나서 인사와 상담을 나누기도 했다. 심지어 동네의 고깃집에서 몇 선생님들과 술 한 잔 하는데, 야외 좌석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졸업한 학부모님이 과일을 갑자기 깎아 오신 적도 있었다. 무슨 시골 학교의 이야기 아닌가 하겠지만, 서울의 모처였다.
이런 소소한 과정들을 통해서, 누구를 얼마나 많이 만났느냐보다는 누구를 만나도 얼마나 같은 시선과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아마도 놀이터, 교회, 맛집, 지름길, 도서관, 괴짜이웃, 공방, 책방과 같이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삶의 터전이 되는 것에 대한 작은 공감대들이 소통에 큰 역할을 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배경들이 결국 사회정서교육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김윤경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며, 사회정서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소통 전략을 세우라고 하셨다.
'소통 전략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을 의미한다.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전체학교접근 방식은 모든 직원, 교사, 학생, 가족, 학교 밖 시간 파트너 및 기타 커뮤니티 파트너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한다. 소통을 통해 사회정서학습을 실시하고자 하는 교사는 사회정서학습을 시작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소통 방법'이라고 하지 않고, '소통 전략'이라고 한 것에 유독 눈이 갔다. 어쨌든 무척 의도적인 장치와 비법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이런 점에서 나의 소통 전략은 말 잘하는 비법이나 디지털 통신 수단이 아니라, 발이다. 내 주변이 걷는 길을 나도 걸을 때, 그 과정에서 나눌 말도 더 생기고 인사라도 한 번 더 주고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살짝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오후, 나는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또한 가까운 호선의 지하철을 타지 않고, 일부러 멀리 있는 다른 호선의 역까지 걸어가볼 것이다.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과, 지나치는 사람과, 내가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을 전해들은 사람 모두와 언제든지 소통하겠노라는 마음을 품어 볼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숨은 맛집 정보는, 나름 발로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느라 고생했다고 받는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