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42)_웃지요(목표 설정하기)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9월 5일



작가 한강을 생각하노라면 그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 외적으로 그가 직접 전하는 언어들에 대해서 놀랄 때가 더 많다. 그의 작품은 결국 아름다움을 전하고, 그의 말은 결국 깨달음을 전한달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확정된 이후의 첫 공식 석상에서 그는 자신의 전성기를 6년 남았다고 밝히며,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즈음은 나도 글을 써서 세상에 내보겠다고 한창 애쓰기 시작하던 때였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글 써보는 것을 시작하려니, 내 주변에는 항상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시작에 대한 몇 가지 성공담을 따라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막연히 뭔가를 벌써 이루어 낸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가장 최고의 목표를 달성한

작가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지점까지 생각하고 있음을 덤덤히 고백하는 것을 보면서 그제야 나는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장 최고조의 시기와, 또한 가장 마지막의 시기를 염두에 두어야겠다는 마음을 처음 먹기 시작했다.


사회정서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지고지순하게 애쓰면 애쓰는 대로 사회정서교육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가겠지. 하지만 얼마나, 그리고 어느 때까지 이루어낼 수 있는지 생각을 하지 않으면 결국 제풀에 지치거나 이런저런 상황에 삐지게 되어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글쓰기도 투고에 번번이 실패해서 단단히 삐졌다가, 이제야 다시 나를 자각하고 한강 작가의 말처럼 60까지 보고 부지런히 일단 써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회정서교육의 목표에 대해서 김윤경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목표를 설정할 때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토대로 명확하게 세워야 하며, 세운 목표는 학교 구성원 전체와 공유해야 한다. 사회정서학습 실행 팀은 연수를 하거나 안내물을 만들어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에게 사회정서학습이 무엇인지, 사회정서학습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는지 알림으로써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이게 정말 또 실천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나는 어떤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는가? 마치 그 예전의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라는 다소 이상한 대회에서, 출전자들 모두 하나 같이 자신의 꿈을 '세계평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제 내가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은 이런 고민을 하며 수업에 들어가는데, 어떤 여학생이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정말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도록, 하지만 너무 소리 나지는 않게 '빵긋'하고 웃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바로 그 순간, 저게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 한 번씩은 저 친구처럼 함께 빵긋 웃기'


차라리 이런 목표가 '세계평화'보다야 명확하고 학교 구성원끼리 공유하기 쉬우며, 안내문을 만들어 돌려도 더 공감대가 높지 않을까? 갑자기 이게 목표가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이와 관련하여 좀 더 찾아보았는데, 재밌는 것을 또 하나 발견했다.


2024년 7월, 일본 야마가타(山形) 현 의회가 '하루 1번 웃기'를 조례로 채택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매달 8일을 '웃음으로 건강 만들기 추진의 날'로 지정했으며, 야마가타현 주민들에게는 '하루에 1번 웃는 등 웃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만들기에 노력한다'의 노력 의무를 부여했다고. 이에 대한 근거로 야마가타대학이 야마가타현 주민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거의 웃지 않는 사람은 잘 웃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2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웃는 것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철회 요구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고도 하는데, '감정과 고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하루 1번 웃기'로 보완하여 사회정서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아직 나 혼자만의 목표이지만, 일단 매 수업에 들어가며 '일단 빵긋'부터 목표 삼아, 실천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갑자기 김상용 시인님의 시도 생각나지만, 그의 시를 나는 이렇게 한번 바꾸어 굳게 다짐해 본다.


왜 웃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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