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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양 Feb 05. 2016

낙인 혹은 징표

우리나라에는 주류나 힘 있는 자들과 의견이 다를 때 의레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하고 덮어놓고 나쁜 놈 취급을 한다. 한 번 딱지가 붙고나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저 빨갱이, 조용히 있어도 빨갱이일 뿐이다. 하지만 이 낙인에는 큰 힘이 있다면 어떠할까? 라는 생각을 하던중, 우연히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큰 힘을 가진 표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1.

주제 사라마구의 책 '카인'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익히 알려진 성경의 인물 카인의 이야기이다. 성경과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만, 여호와에게 반쯤 속다시피하여 동생 아벨을 죽인 뒤에 이마에 낙인을 찍힌다는 설정은 일치한다. 이마에 표식은 아벨을 죽였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이 카인을 해치지 못하도록하는 신과의 약속이자 힘의 의미였다. 이마에 작고 검은 표를 받은 그 이후로 사람들이 감히 카인을 해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설사 해치려고 하더라도 감히 손 조차 댈 수도 없었다. 여호와조차 어찌할 수 없었던 그의 능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여호와 자신이 부여한 그 표식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2.

소설 초한지를 읽다보면, 항우의 장수중에 하나인 '경포' 라는 자가 등장한다. 한자 이름에서 추측을 해보면 문신 형벌을 당한 사람이라 생각해 볼 수 있고, 소설을 보면 실제로 젊은 시절 진나라 시절에 관리에게 붙잡혀 몸에 먹줄로 죄명을 새겨넣는 형을 받았다. 그런 형벌을 받은 이들은 의례 의기소침해진다고 하는데 그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하기만 했다. 형을 집행한 관리는 그 점이 너무 이상하여 물어보았더니 "어느 유명한 관상가 말이 문신 형벌을 받은 이후에 크게 된다고 하였소!" 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형리는 어이없어 하였지만, 이후에 경포와 경포를 따르던 이들은 그 문신은 하늘에서 그가 크게 될 것이라고 찍어준 표시라고 믿고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


슬픈 낙인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관계없이 소신껏 사는 이들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낙인 혹은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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