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우중충한 나날을 보내는 이 시기에, 호황과 불황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경제라는 것은 주기가 있어서 호황이 왔다가 불황이 오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런데 비단 경제뿐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동호회 모임과 같은 집단 내에서도 특정 지표의 반복적인 패턴이 등장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의 지표로 긍정적/부정적 상태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고, 일반적인 모임이나 동호회에서는 인적 자원의 유출입도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세계는 단순하게 하나의 원인에 대해서 하나의 결과를 내뱉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별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황'이 오는 경우가 있고, 다른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불황'인 상태가 오기도 한다. 호황인 경우에는 더 큰 호황을 꿈꾸며 달려가느라 생각할 여유도 없거니와, 현재의 방식이 맞다는 강한 확신 때문에 현행 방식을 그대로하여 확장하면 더 큰 호황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불황의 경우에는 복잡한 원리 속의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무엇이든 고쳐보곤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상황을 정말 제대로 진단하였다면 문제가 전혀 없다. 오히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여 빠르게 내달려야 될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행동을 실천하는 경우 호황에서 불황으로 또는 불황에서 더 큰 불황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집단 내에 다른 구성원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구성원이 있다고 하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악영향을 주는 구성원을 하나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조물주 마냥 그 구성원도 태초부터 조물주처럼 존재하지 않았다면 새로 유입된 구성원일텐데 애초에 그 사람이 유입될 때의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영향을 주는 구성원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성원 선발의 필터를 개선하거나, 구성원 개인의 불황이 오게된 더욱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였다면 제거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또다시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아까 언급한 바와 같이 호황과 불황의 시기에는 모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실제 세계는 너무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온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파악하여 바르게 행동을 하는 것도 참 어렵다. 어쩌면 호황도 불황도 아닌 애매한 시기에 가장 치밀하게 고민하고 실천을 해야됬던 것은 아닐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 법이다. 바이올린이나 켜면서 배랑 같이 침몰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