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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양 May 16. 2016

그래도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다

연극을 사랑하는 친구를 보며

연극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일반인들처럼 연극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친구는 연극을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입사 후에도 대학교 시절부터 몸담았던 연극 동아리에 나가서 몇 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연극 연습을 하곤했다. 평소에야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그저 '연극 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연습하던 연극을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게 되었다고 시간이 있으면 와달라고 했다. 공짜 연극에 친구가 직접 연기를 한다고하니 안 갈 이유도 없겠다 싶어서 할 일 없는 친구들 여럿이 모여 연극을 보러 갔다. 그렇게 제목도 모른채 보러갔던 연극인데, 친구의 연기를 보다보니 새삼스레 '연극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한없이 긴 대사도 줄줄 외워야되고, 긴장과 식은땀 속에서 큰 실수 없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심심풀이 땅콩으로 왠만한 애정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래저래 기념 사진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하는 친구들은 연기를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할까, 아니면 누군가 앞에서서 나선다는 것을 좋아하는걸까?' 황희 정승처럼 이야기하자면, 연기를 하는 것 자체도 좋을 것이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친구들을 부른 이유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친구 모습을 보다보니 내 모습도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할까? 거울로 날 다시 비추어보았는데, 나는 어떤 연기를 하고 있고 어떤 연극의 주인공인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나도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곰곰히 생각하고 고민도 하다보면 참 진부한 답이 나오게 된다. 짧은듯 긴듯 살아온 나의 인생, 그 인생속에서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더러는 이해해하고 박수치고 함께 웃고 울고 할 수 있는 사건들, 나는 그 삶과 현실속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주인공이다.


 몇  천 석의 자리가 꽉차는 공연도 있고, 소극장이 조금 한산하게 느껴질만한 무대도 있고, 그냥 거짓말하는게 부끄러워 뻔히 보이는 자신조차 계면쩍은 연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관객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다. 관객도 신경 쓰고, 나 자신도 신경쓰면서 즐거운 자신만의 연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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