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이 시행되는 2016년 9월
9월 28일, 6.25전쟁에서 국군이 서울을 수복한 날이기도 하고, 우연히 작가의 생일이기도 한 날이다. 그리고 2016년 9월 28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처음 제안된 법안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진 반쪼가리라는 말도 있고, 우리나라가 조금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언론인이나 교육자들은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어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 선생님들의 경우 이미 선물 상자나 아메리카노 한 잔에도 민감하여 조심하고 받지도 않은지 오래라고 하는데, 유독 공짜 점심, 공짜 저녁을 못 먹게된 언론인들의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대체 여태까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먹었길래 김영란법을 비난하는 기사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마친 후에 담임 선생님께서 줄게 있다고 끝나고 선생님한테 잠깐 들렸다 가시라고 하신다. 그래서 쪼로록 선생님을 따라가 선생님이 주차하셨던 곳까지 갔다. 갔더니 선생님이 선물이라고 하시면서 이쁜 신발을 주셨다. 생일도 아닌데 왜 주시냐고 여쭤보았더니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 하신다. 아니 발 치수도 안 맞는 큰 신발을 어찌 신으라고 주시나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이 좋은 신발 선물로 주셨다고 신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그게 웬거냐고 하신다. 이러저러 해서 받아왔다고 하시니 허탈해 하시면서 웃으셨다. 나중에 그 이유를 여쭤봤더니, 좋은 신발이었는데 신발에 조금 하자가 있거나 가게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정상가 보다 조금 싸게 팔길래 엄마께서 젊은 총각 선생님 생각이 나서 선물로 하나를 구입하셨다고 한다. 자식 좀 잘 봐달라고 할겸 선물을 드릴 것 치고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드셨나 싶다. 여튼 학교다니는 아들도 몰래 갖다준 신발은 그렇게 아들의 신발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그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를 한참 먹고 이사를 갈 무렵에 다시 그 신발을 보니 옛 추억이 생각났다. 어머니 생각에는 조그마한 성의였을텐데 선생님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주는 입장에서는 선의였을 것이고, 받는 입장에서는 부담과 부담을 넘어선 부도덕이었을 것이다.
3만원짜리 식사가 어쩌니, 5만원 짜리 선물은 저쩌니, 축하하고 애도하는 경조사비 10만원은 또 이러저러 하다는 둥 참 말이 많다. 사실 액수가 김영란법의 본질이 아닐 것이다. 법률의 부족한 점을 탓하고 비판하기 전에 이런 법이 나오게된 배경과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