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싫은 그 이름, 치킨 라이스
신입 시절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밀 초이스였다.
지금은 좀 다르긴 한데 캐세이 기준 단거리 노선은 초이스가 2개이며, 장거리 노선은 3개이다. 예를 들어 한 시간 이하 비행은 너무 짧아서 샌드위치나 이런 걸 주면 초이스를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 일하기는 수월한데 반해 비행 시간이 짧아서 좀 정신이 없다.
하지만 2시간 이상 그리고 6시간 이하 비행은 밥 서비스는 한 번인데 초이스가 두 개라서 힘들다. 왜 그러냐 하면 보통 초이스가 한 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밥과 파스타 아니면 치킨과 생선 이렇게 나뉘는데 생선은 아무도 먹고 싶어하지 않기에 항상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경험상 케이터링 팀에서도 이걸 알아서인지 기내식으로 치킨이 아닌 걸 나오면 양념으로 어떻게든지 만들어서 맛있게 만들긴 한다. 차라리 가끔 보면 치킨보다 생선이나 다른 메뉴가 더 맛있는 경우도 정말 더 많다. 특히 치킨은 홍콩 특유의 노린내가 나서 나는 잘 안 먹었는데 승객 입장에서는 비행기를 매일 타는 것도 아니다 보니 무조건 치킨 라이스만 달라고 해서 서비스하다 보면 치킨은 떨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다.
열에 아홉은 이런 경우가 많은데 최근 들어서는 그래도 나름 다양하게 드시는 분들이 생겨서 파스타나 다른 요리도 잘 나간다. 그래도 신입 시절에는 치킨 라이스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힘들었다. 선배들은 어떻게든지 다른 메뉴도 팔아 보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식당도 아니고 메뉴 말하기도 전에 치킨 달라는 사람한테 생선을 어떻게 주나 싶다.
나도 치킨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래서 비행기를 타면 치킨 라이스는 잘 안 먹는다.
특히 우리 회사 치킨 라이스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퇴사도 했으니 다른 항공사 타서 기내식 좀 먹어보고 싶다.
터키 항공 기내식이 그렇게 맛있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