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쫀나 May 18. 2024

승무원 #7 인종 차별

외국에 사는 한국인

가끔 보면 한국은 인종 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내가 보기에는 한국도 인종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이고 우리가 평소에 외국인을 볼 기회가 없다 뿐이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도 인종 차별을 하고 있을 확률이 다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한국인이 인종 차별을 당할 확률은 많이 낮은 편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을 차별하는 경우는 있더라도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홍콩에서 오래 살다 보니 그러한 차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었는데 그나마 홍콩은 같은 아시아권이라서 심각한 수준의 차별을 당한 적은 별로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좀 둔한 편이라서 그런 걸 그다지 신경 쓰거나 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다.


그보다는 유럽 비행을 가서 인종 차별을 당해본 경험은 있는데 이건 너무 대놓고 해서 둔한 나도 알아채지 않기가 오히려 힘든 정도였는데 개인적인 기준으로 나는 독일이 인종 차별 면에서 탑급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영국에서 오래 살다가 이제는 스위스에 사시는 친한 지인 분이 자기도 독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백하셨다.


역시 이런 쎄한 느낌은 나 혼자 만의 느낌일 리가 없다. 


독일은 거의 숨쉬듯이 인종 차별을 경험할 수 있는데 내가 지내던 크루 호텔이 대도시가 아니고 조용한 도시여서 더욱 그러했을 거 같기는 하다. 작년 초반까지도 독일 비행을 가서 마을 번화가를 걸어 다니긴 했는데 확실히 외국인들은 많아도 관광객들은 별로 없어서 왜 이렇게 이 지역 사람들이 인종 차별을 대놓고 하면서도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사실 호텔 안에서도 그런 차별을 당해서 항의를 해보긴 했으나 들은 척만 할 뿐 별달리 고쳐지는 게 없어서 거의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상 나는 유럽 여러 나라들을 비행으로 갔는데 독일을 제외하면 대놓고 차별을 당한 적이 없어서 독일은 사실 여행으로도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내 돈 쓰면서 기분 나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다르게 보면 독일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어서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하다.


그와 반대로 이탈리아에서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비행을 참 좋아라 했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꼭 갔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 북부는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간 여행을 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지금도 사실 다시 가보고 싶은 유럽의 나라를 꼽으라면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을 꼽는다. 


전세계 어디서나 무식한 사람들은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각오하고 승무원 생활을 해야 하고 위험하지 않다면 여유롭게 넘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어차피 현지인들이 우리를 지지해 줄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진 것도 현실이라 나부터 잘하자 싶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승무원 #6 승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