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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쫀나 Jun 17. 2024

승무원 #8 승무원 지원 동기

승무원이 될 결심 

나는 국내 항공사는 지원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지원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캐세이 퍼시픽을 지원할 당시에는 레쥬메와 커버 레터 정도가 필요 했다. 지금이야 서류 필터링도 인공 지능이 하는 거 같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람이 수작업으로 다 읽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력서라고 해봤자 자유 형식이었어서 내 마음대로 쓰면 되었기에 나는 호주에서 일 구할 때 썼던 형식과 동일하게 심플하고 간편하게 사진 한 장 없이 지원서를 넣었다. 커버 레터 역시 구글에서 검색한 이후 항공사에 맞게 적당히 써서 넣었다. 


그러다 보니 지원 동기 같은 건 면접에나 가야 물어보긴 한다. 


개인적으로 면접에서 하지는 않은 이야기이긴 한데 나는 승무원 그것도 외항사 승무원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긴 했다. 나를 제외하면 거의 다 국내 항공사에 지원을 여러 번 하다가 안 되신 분들 아니면 국내 항공사 나 해외 다른 항공사를 다니다가 적응을 못 해서 나오신 분들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대기업이긴 하나 사무직이었고 서비스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호주에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서빙 경력이 있긴 하나 한국에서는 서비스 경력도 전무했다. 


난 일단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나이도 있고 외모나 기럭지 때문에라도 국내 항공사는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그리고 일단 한국 회사에서 일하기가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철이 없던 나의 편견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무언가 외국 회사는 자유로워 보였고 승무원은 그 중에서도 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당시 사촌 누나도 외국에서 승무원을 하고 있었는데 나름 만족하면서 다니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한창 지원할 시기에 일부러 유럽 여행 하면서 중동 항공사 면접만 보러 다니던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걸로 알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한 번 꿈꾸면 마약처럼 포기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분들이 계셨던 것 또한 이해는 한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들어와서 거의 10년이나 다니다 퇴사하긴 했으나 지금도 승무원으로 입사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당시에는 이게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기도 했고 나름 만족하면서 다니기도 했다. 생각보다 회사 문화가 경직되어 있고 상급자들 역시 꼰대 들이 많아서 당황스럽긴 했으나 비행 끝난 이후 철저하게 나만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승무원하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외국에서 살면 재미있겠다 싶지만 나는 여행도 별로 안 좋아하고 외국에서 사는 것도 솔직히 한국과 비교해서 많이 힘들긴 했다. 그래도 직업적인 만족도가 높았던 데다가 생각보다 한국에 자주 들어갈 수 있어서 10년은 버틴 거 같기는 하다.


이런 나도 나이가 먹고 체력적인 한계를 몸으로 체감하다 보니 더 못 버티고 나오긴 했으나 하길 잘 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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