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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an 19. 2022

나는 무식했고, 용감했다.

취업상담사로 취업하게 된 순간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면접 볼 때 내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날 면접을 얘기하기 전에, 이력서를 제출했던 그 당시로 잠시 돌아가 보자.




글쓰기만으로 당장 돈을 벌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던 나는 알바를 하든, 회사를 다니든 고정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구직사이트를 뒤졌다. 워크넷, 사람인, 잡코리아 등등 여러 사이트를 켜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둘러봤다. 청년층의 취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기업에서는 사람을 뽑는다고 여기저기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그중에는 제목에 <급구>라고 하는 곳도 많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취업이 힘들다 난리고, 한쪽에서는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고 난리니. 참 모순적이다.


하지만 취준생 입장에 있던 나는 취업이 힘들다는 청년들의 소리가 더 와닿았다. 취업은 하고 싶은데 막상 가고 싶은 곳이 없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준비 시간이 길어지거나 등등 갈수록 취준생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나의 경우, 취업은 하고 싶은데 막상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 일자리를 구하려면 선택지는 무수히 많겠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기만 했다.


구직사이트는 1~2시간만 쳐다보고 있어도 쉽게 지쳤다. 나중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정 없으면 다시 사회복지 분야로 취업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사 한 군데, 직업상담사 두 군데, 총 세 곳에 이력서를 그 주 금요일에 제출했다. 막막했지만 이 중에 한 곳은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고 또 다음날에 숙소를 예약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제주도를 간 적이 없었기에 10년 만에 가는 제주도였다. 그것도 혼자서는 처음 가보는 여행이었다. 평소에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 취업하면 시간이 없을 테니 얼른 다녀오자 싶었다. 즉흥적인 것 같았지만, 늘 마음속에 있는 그림이었다.




드디어 화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기인지,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1시간이 후딱 갔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꺼놨던 휴대폰 전원을 다시 켰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과 함께 문자가 와 있었다. 면접 일정이 나와서 전화했는데, 부재중으로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지원한 곳 중에 직업상담사를 뽑는 곳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머리를 짜내느라 힘들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나는 지금 제주도에 왔는데 금요일에 면접 보러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일단 전화를 다시 하기 전에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비행기표를 왕복으로 끊어서 간 게 아니라 편도로 간 거여서 목요일에 돌아가면 되긴 하겠지만, 제주도를 10년 만에 그것도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간 거였는데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면 퍽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면접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 취업하자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겐 제주도 여행이 간절했다. 대기업 면접도 아니고 집 근처 작은 직장이었는데 여기가 안 되면 얼마든지 다른 곳에 가면 되지 않겠는가.


긴장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예상대로 채용담당자는 금요일에 면접 일정이 있는데 시간이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금요일은 일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말하며(차마 제주도에 여행 와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 가능한지 여쭤봤고 다행스럽게도 일정을 조정하여 월요일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만약,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취업이 급하다 하면서도 여행에 가치를 둔 내 모습은 무모하게 보이지만, 그때 일은 지금 생각해도 두고두고 잘한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목요일에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면 여행 기간 내내 면접이 부담되어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을 텐데, 여행을 마음껏 누리고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와서 푹 쉬다가 면접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직업상담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취업성공 패키지에서 나를 담당하셨던 선생님이 이 직종을 추천해준 것도 큰 몫을 했으나 그보다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나처럼 진로에 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또 '직업'이라는 것을 복지적 관점으로 봤을 때, 자신의 업을 갖는다는 건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내가 배운 사회복지도 밑바탕이 되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직업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면접도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A시 일자리 특성에 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당연히 예상 질문으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짧게라도 아는 선에서 대답했다. 직업상담사로 일한 경험이 없는데 잘 맞을지 걱정도 하셨다. 배우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압박 면접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 답변은 부족해도 최대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그럭저럭 면접을 마치고 "언제부터 출근할  있냐" 질문에 당장 내일부터 출근도 가능하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말에 면접관  분은 다들 웃어주셨고, 좋게 봐주셨는지  시간이 지나서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주셨다. 직업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내가 취업상담사로 취업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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