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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24. 2022

직업상담사가 하는 일이 이런 거였어?

면접을 보고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 백수 1 3개월을 청산하고 다시 직장이란 공간에 들어가니 기분이 묘했다. 관장님은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며 직원들 앞에 나를 소개하고 한마디 하라고 하셨다. 그때에 어색함과 설렘, 긴장은 지금도 생각난다.  소리로  이름을 말하고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내 자리로 지정된 곳에 앉아서 어리바리한 상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직업상담 중에서도 취업상담이었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워크넷(worknet) 다지기’라고 워크넷 사용자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들었다. ‘워크넷?’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 아닌가. 취업포털사이트 중 하나로 고용, 일자리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랬다. 나는 워크넷을 알아가고 친해져야 했다. 그동안 워크넷은 취업하기 전에 구직 정보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정도였다. 이젠 내가 그와 관련된 업무를 익히고 구인업체와 구직자에게 취업상담 및 알선을 해야 했다.     


먼저 첫 주는 신입 교육과 본부로부터 사용자 권한 승인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갔다. 둘째 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배워갔다. 사실 업무 시스템을 익히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먼저 워크넷에 올라와있는 업체를 연계하고 전화해서 구직 조건을 상세하게 묻는 것이었고, 그에 적합한 구직자를 찾는 게 취업 알선의 핵심 업무였다. 혹은 그 반대로 구직자와 상담을 하고 그분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서 지원해보라고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게 내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내가 몇 명을 담당해서 상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알선 필요’에 표시되어 있는 구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전 직장을 다닐 때 전화 업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전화 상담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래 속에 진주를 찾는 게 이런 기분일까.


요즘 보이스 피싱에 광고 전화도 많고 하니 사람들이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구직 신청을 해둔 사람도 많았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는 전화를 해서 취업할 의사가 있는 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전화를 돌리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게다가 취업하기 전에 구직 사이트를 1~2시간만 보고 있어도 진이 빠졌는데, 매일 8시간 동안 모니터로 구인업체, 구직자 정보를 보고 있으니 피곤한 건 물론이고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또 워크넷 사용자 사이트는 기존에 우리가 보는 포털사이트 화면과 달리 빽빽한 표처럼 생겼고 구인, 구직표를 모니터로 본다. 보안상 보여줄 수가 없어서 그냥 무지막지하게 빽빽한 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근한 지 몇 주 되지도 않아서 내가 하는 업무에 회의감을 느꼈다. ‘직업상담사가 하는 일이 이런 거였어?’ 싶었다. 괜히 속은 기분이었다. 나는 몇 명의 구직자 분들을 내가 관리하고 담당하면서 심층 상담을 해주고 한 명씩 진로를 설정해주는 좀 더 전문적인 일을 생각했다. 물론 사업에 따라 그런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근데 나는 아니었다는 거다. 내가 하는 일은 전문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상담이 줄어서 그런지, 원래 그런 건지 몰라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전화에 쏟아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구인업체에 전화를 해서 조건을 캐물어야 하는 것도, 앵무새처럼 구직자에게 구직 정보를 알선하고 지원해보라고 영업(?)하는 것도 어려웠다.


텔레마케터 같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이 뭔지 혼란스러웠다. 직업상담사, 취업상담사는 이름만 그럴듯했고 내가 생각한 그림과 맞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을까. 판단을 잘못했나. 마치 감자칩 봉투를 뜯었는데 질소가 푸쉬쉬 빠져서 '에게, 뭐야. 이거밖에 없어?' 하는 마음이랄까. 직업상담이라는 세계에 이제   발을 디디고 느낀 생각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제 이야기를 일반화하려는 것으로 보이진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요. 지금보다 더 신입이었던 초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고 싶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이야기로 봐주세요:)


+) 생각도 못했는데, 브런치 홈에 올라가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직업상담과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길게 풀어야 할 얘기라면 글로도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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