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힘든 건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일은 시간이 지나니까 점차 적응해갔는데, 인간관계는 쉽지 않았다. 입사하면서 놀랐던 사실은 내가 제일 막내라는 거였다. 작년 입사했을 때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데, 오직 나 혼자만 20대였다. 그다음은 30대 그리고 4,50대 선생님들이 많았다. 지역마다, 기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직업상담사의 연령층은 좀 있는 편인 것 같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수평적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그분들 사이를 비집고 친해진다는 게 너무 큰 산처럼 느껴졌다.
특히 입사 초반 한 달은 꽤나 힘들었다. 일하는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점심시간이 문제였다. 입사 첫날은 어찌어찌 흘러갔다. 둘째 날부터 고비였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올라왔는데, 이게 웬걸? 아. 무. 도 없었다. 나 빼고 몰래카메라를 하는 건가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다들 어디 간 거지 하면서 그 넓은 사무실에 혼자 덜렁 앉아서 자리를 지켰던가, 아니 공원을 갔던 거 같기도 하다. 대부분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친한 사람들끼리 카페를 가서 티타임을 가지거나 회사 빈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식으로 점심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울리지 않는 것과 어울릴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있게 되는 건 기분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느꼈다. 나는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혼자 겉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신입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고, 팀에서조차 막내인 나를 챙겨주지 않았다. 서럽고 외로웠다. 혼자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너무 쓸쓸하게 느껴졌다. 유일한 낙이라고 생각했던 점심시간이 오는 게 싫었다. 그런 내 모습은 이미 1학기가 지나고 2학기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온 학생 같았다.
오히려 밥을 먹는 그 시간은 괜찮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칸막이를 두고 먹거나 다들 앞만 보고 먹거나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밥을 다 먹고 난 후,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뻘쭘했고 그 뻘쭘함을 숨기고 싶었다. 넓은 사무실에 나 혼자 앉아 있기에는 왕따 같기도 해서 웬만하면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감사하게도 다른 팀에서 몇 번 나를 챙겨주셔서 그분들 모임에 나를 껴주셨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같은 팀에 있던 선생님이 나중에 같이 차를 마시자고 제안해주셨고, 공원에 혼자 앉아있는데 선생님들이 불러서 같이 카페에 가기도 했다. 그 후에는 챙김 받으려고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선생님께 먼저 다가가 카페에 같이 가도 되냐고 용기를 내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회사 사람들과 금방 친해진 건 아니었지만, 서서히 가까워졌다.
초반에는 왜 신입을 챙기지 않을까 서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관계라는 게 일방적일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딱히 신입을 챙기지 않는 분위기였던 건 사실이다. '지금 내가 속한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도 충분한데 굳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관계가 귀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낯을 가리고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그분들도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신입이 들어오면 잘 챙겨줘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면서 한 달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