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후라이 먹고 싶어요

by 브릭

이틀 연속 엄마랑 실랑이를 했다. 말다툼은 사소한 걸로 시작된다. 어제는 계란후라이, 오늘은 달리기 때문이었다. 현재 역류성 식도염이 낫기 위해서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인데도 엄마의 잔소리는 계속됐다. 어제는 오랜만에 계란후라이를 해 먹으려고 했는데, 건강 관련해서 유튜브를 열심히 보시는 엄마가 계란후라이도 몸에 안 좋다며 그냥 양배추랑 브로콜리 삶아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양배추랑 브로콜리는 매일 먹어서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은 건데 엄마는 기름진 음식은 좋지 않으니까 먹지 말라고, 점심에 오리훈제 먹을 거니까 단백질은 하루에 한 번만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식탐도 많고 먹는 걸 좋아하는데 4월부터 식도염에 걸려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이 시간이 지금도 힘들다. 예전보다 조금 절제력이 길러졌다고 하지만 내가 지금껏 살아온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계란후라이도 안 좋다고 하니.


간식도 안 먹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 않냐고, 역류성 식도염은 재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멀리 보고 생각해야 하는 건데 그럼 한 번에 바꾸는 게 아니고 조금씩 바꿔야 뇌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거라며 나는 나대로 내 주장을 펼쳤다. 먹는 거 가지고 엄마랑 옥신각신 하다가 급 피곤이 몰려왔다. 밥도 먹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방에 들어가서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전보다 감정이 차분해졌다. 내 걱정을 해서 엄마가 그렇게 말씀해주신 건데 죄송하다고 했고 엄마도 미안하다며 화해를 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오늘 오전에는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엄마가 갑자기 또 요즘 운동으로 하는 달리기로 트집을 잡았다. 엄마가 보는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소화기 질환은 상체 운동을 많이 해줘야 하는 건데 너는 상체에 힘이 없지 않냐며 지금 하는 달리기를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엄마, 제발요. 저를 가만히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맨날 트림을 꺽꺽하면서 낫지 않는 병으로 고생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냥 엄마의 의견을 존중하고 넘기면 될 텐데 엄마의 걱정이 잔소리로 여겨졌고 듣기 싫은 마음에 계속 내 주장을 밀고 나갔다. 그건 엄마한테 맞는 운동법이고 저한테 강요하지 말라며. 엄마가 그렇게 계속 얘기할수록 나를 관리하고 닦달하는 느낌을 받아서 더 피곤하고 지칠 뿐이었다. 오늘도 급 피곤해져서 방에 들어가서 잤다. 엄마는 강요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어제와 오늘, 갈등의 연속으로 마음이 금방 풀리지 않았다.


웹툰을 보고 브런치 글을 읽다가 ‘이렇게 꽁해있으면 결국 내 손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되어 있을수록 스트레스받는 건 나다. 엄마는 그저 딸이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 걱정이 되어서 자꾸 얘기를 하시는 거였다. 그리고 엄마가 일을 쉬게 되어서 그 덕분에 건강한 음식으로 삼시세끼 식탁을 차려주시는 것도, 유튜브로 건강 관련 영상을 하루에 몇 시간씩 보면서 (물론, 엄마 본인의 건강을 위해 보는 영상도 많으시다) 다 큰 딸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일도 사실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하며 짜증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는 환갑이 지나고 있는 엄마. 오히려 내가 엄마를 챙겨드려야 하는데 짜증을 냈던 게 부끄럽고 죄송했다.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저 잔소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로 본다면, 내 의견을 열심히 주장하지 않더라도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음식 앞에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힘들지만 더 열심히 관리해서 얼른 낫고 싶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받은 사랑 다 갚을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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