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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10. 2021

그 책, 저도 한 번 읽어봤습니다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는 교수님께서 <자기 결정>이라는 책을 택배로 선물해 주시면서 리뷰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책 선물과 함께 과제 선물을 받았다. (야호! 너무 신난다^^) 그렇게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미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이었다. 김영하 북클럽에도 선정됐다고 한다. 교수님은 10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이어서 금방 읽었다고 하셨다. 나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책의 앞표지에"자기 결정: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뒤표지를 보면,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앞면과 뒷면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자기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띠지를 보면, 유럽 문화의 수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3일간의 강연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목차도 3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1.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2.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3.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목차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굉장히 철학적이고, 묵직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참고로 나는 대학교를 다닐 때, 1학년 때 들었던 교양 필수 철학 시간에 거의 내내 졸았다) 저자의 소개를 보면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마그데부르크 대학 철학사 교수 및 베를린 자유대학 언어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간의 정신세계, 철학적 인식의 문제, 언어 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 및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구, 저쩌구. 뭔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똑똑하시다.


이런 식으로 평소에 책을 읽을 때 표지와 띠지, 저자 소개와 목차를 먼저 읽고 책을 읽는 편이다. 저자를 연구할 정도로 깊이 파진 못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소개란을 읽어야 이 책을 어떤 배경으로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유럽에서 3일간 열렸던 강연 속으로 들어갔다.


강연은 3일이었으나 이 책을 완독 하기까지 2주간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책이 얇아서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너무 어려웠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방금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은 적이 많았다.                                                  


처음에는 따로 종이에 기록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개념에 대한 정의가 많다 보니, 다 적으면서 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싶어 책에 바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이런 식으로 책을 본 적은 내게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평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편이기도 하고, 책을 사서 보더라도 새 책처럼 깨끗하게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밑줄을 마음대로 그으면서 책을 읽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책 구석에 메모를 하기도 했는데 저자의 강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1.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결정의 전제 조건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이것은 무질서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 즉 내적 독립성을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나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언어 철학자여서 언어에 대한 얘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그리고 문학과 글쓰기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내가 의존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고 나를 발견하며 내적 독립성을 키워가는 중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와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아주 많이 공감했다. 나도 글을 쓰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계속해서 고쳐가고 발전해 갈 것이다.


2.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자기 결정을 위해서 자기 인식은 중요하다고 첫 번째에서 얘기했다. 그렇다면 '왜' 중요한가. 저자는 철학자답게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탐구한다.

이유를 모르고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습니다. 걷다가 걷는 이유를 잊어버리면 일단 멈추지요. 이유가 생각나고 나서야 다시 가던 길을 시작합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이유다. 자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삶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실천 방법을 얘기한다. 자기 인식이라고 할 때, 나의 내면의 세계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으로 나를 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문제를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글로 쓰면서, 혹은 말을 하면서 직면할 때 그 문제의 근본을 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서 '정신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3.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얘기할 땐, '모든 것의 열쇠는 언어'라고 얘기할 만큼 언어에 대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해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심화되어서 자신의 목소리로 발전시켜나간다. 외국어를 배우며 그 언어로 글을 썼을 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몇 명의 사례도 놀라웠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건 바로 <아는 문화와 체험된 문화>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내적 입장을 표명한다는 심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맞다. 그저 아는 것과 내 것으로 체험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는 것을 넘어 결국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던 건 작년이었고, 쉽게 읽히는 책으로 시작해왔다. 그래서 조금 읽다가 어려운 책은 잘 읽어보지 않았다. 쉽게 읽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경우는 삶의 본질을 심도 있게 담고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 리뷰를 쓸 때는 정말 진이 빠졌다. 지금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면서도 머리가 아프다. 당분간 철학책은 읽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골고루 독서하기 위해서 한 번씩 봐야겠다. 책을 읽고 뭐라도 남기기 위해 글을 써서 '남는 독서'를 하려고 한다.


저자는 막스 프리쉬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고 말했다. 이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하자.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막스 프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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