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남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릭 Dec 08. 2020

사람이란 이름의 책장

<생각의 기쁨>, 유병욱

요즘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전자책으로도 많이 보는데 아직 나는 아날로그 감성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 종이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생각의 기쁨>이란 책은 서점에서 구경했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사는 것보다 빌려서 읽는 편이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막상 읽었을 때 기대보다 못하는 책은 다 읽지 못했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반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사서 집에 있는 책장에 간직한다. 그렇게 책장에는 두고두고 읽을 책들만 남겨놓으려고 한다.


물론 모든 책을 빌려서 읽고 난 후, 구매하지는 않는다. 어떤 책은 대충 훑어보고 ‘이건 소장각이다!’라는 생각에 바로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놓고 제대로 안 읽는다거나, 책장에 장식처럼 꽂혀만 있는 책도 꽤 있다. 그럴 때는 아깝더라도 한 번씩 정리해줘야 한다. 그래야 자리 차지만 하는 책들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책, 소중한 책, 들여다보고 싶은 책들로 책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책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담백하면서도 나를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할까. 재밌기도 했다. 사실 초반에 읽을 때는 재미없는 것 같아 덮어놓고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도서관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대출 서비스를 안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빌렸으니,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책을 폈는데 웬걸. 생각보다 재밌었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니까 밑줄은 못 그었지만)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통찰을 발견하게 해주는 대목에서는 잠들어 있는 뇌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올해 8, 9월에는 주로 에세이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 후 마음에 남았던 에피소드 중에서 하나를 꼽아 필사를 했다. 손이 아닌 타자를 치며 필사했고 보통 그 양은 A4용지를 기준으로 한 장 정도의 분량이었다. 그에 비해 이 책에서 꼽았던 ‘사람이란 이름의 책장’은 A4용지로 거의 네 장이 나왔다. 비교적 긴 호흡의 글을 필사하니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새롭고 뿌듯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저자와 좀 더 깊은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책장입니다. 내 주위에 좋은 책장이 모이게 하려면, ‘나’라는 이름의 책장에 사람들이 더 많이 들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꾸준히 가꿔야 할 겁니다. 시간을 들여 틈틈이 새 책을 들여놓아야 할 겁니다. 매번 같은 책을 읽으러 찾아오는 건 지겨울 테니까요.

책장이 크기에 비해 실속이 없다면, 과감하게 책장 크기를 줄여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기 능력을 냉정히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겁니다. 무엇이 변치 않는 본질이고, 무엇이 발 맞춰야 할 시대의 흐름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그 기준을 통해 보강할 책들은 더하고, 버릴 책들은 과감히 버리는 거죠. 선택과 집중, 그리고 꾸준한 변화. 한 번 들렀던 사람들도 다시 오고 싶은 책장이 되는 비결입니다.


그래, 맞다. 사람은 책장이다. 나 또한 책장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어떤 책은 소장의 가치를 느끼고 또 다른 책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물론 이건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렇기에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볼 때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도 초반에는 재미없다고 느꼈는데 막상 붙들고 읽어보니 재밌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지금의 나라는 책장은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책장이다. 하지만 남들이 빌려가고픈 책들로 나의 책장이 채워질 수 있도록, 또 주위에 좋은 책장이 모이도록 앞으로도 나라는 책장을 꾸준히 가꿔봐야겠다. 저자가 후배들에게 강력 추천한다는 방법대로, 머릿속에 '새로고침'과 기분전환을 할 겸 조만간 서점에 들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끈을 놓지 않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