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건 상상력뿐!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 2부

by 별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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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참 순수합니다. 처음 말을 시작하고 나면,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을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이야길 하곤 합니다. 예전 광고 중 하나가 기억에 나는데, 목련꽃을 팝콘으로 가시 많은 선인장은 아빠 수염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제 딸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둘째 소피아는 자신만의 단어를 많이 만듭니다. 잠을 안 자거나, 장난이 심할 때 "이놈!"하고 혼낸 적이 있었는데, 소피아는 그 단어를 다시 본인이 조합해서 화가 날 땐 "암!"이라고 이야길 합니다. 아마, "암"이라는 단어가 "이놈!"이라는 단어가 소피아의 귀에 들리는 소리였을 수 있지만, 소피아가 생각했을 때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단어가 "암!"이라고 생각해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이 처럼, 자신만의 단어를 만들거나 대명사 몇 개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이거 이거!" 혹은 "저거 저거!" 이런 식으로 이야길 하지요. 하지만, 그 몇 개의 단어뿐이지만 우리는 철석같이 알아듣습니다. 그건 아이의 표정과 행동이 함께 조화를 이루니 가능한 결과이겠지요.

그러다 조금 아이가 크게 되면, 자신이 아는 단어와 들은 이야기, 머릿속의 상상력을 가지고 즐겁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인형 놀이를 하며, 혹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자신이 생각한 악당과 싸워 이기는 영웅을 만들어 냅니다. 여자아이들은 인형과 소꿉놀이를 가지고 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합니다. 근데, 그 내용들을 어렴풋이 들어보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만, 그렇다고 어디서 들은 이야긴 또 아닙니다. 분명 아이가 듣고, 보고 경험한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자신의 상상력과 함께 섞여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다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 세계는 환상의 세계가 될 수 있고, 가족의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 - 아빠와 행복하게 놀았던 시간을 그릴 수도 있지만,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로봇이나 인형의 모습을 그릴 수 있지요. 혹은 친구나 동생의 모습도 그립니다. 그 모든 것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아이의 "상상력"에서 나오는 겁니다.


신동이 아닌 이상 태어날 때부터 글을 잘 쓰진 못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일기를 천천히 읽어보면 몇 자 쓰지도 못하고 온몸을 베베 꼬았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연히 스텔라도 일기를 쓸데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물론 스텔라나 저의 어린 시절뿐만이 아니고, 스텔라의 친구들도 일기 쓰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분명 많은 이야기를 하고, 정말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하는 아이들이지만, 왜 일기를 쓰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할까요? 사실은 일기뿐만이 아니고 다른 글을 쓸 때마다 많은 왜 그리 어려워하는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1.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이게 정답입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그 부분이 먼저 필요한데, 노트를 펼쳐놓고 고민만 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갑니다. 그러다 간신히 어렵게 한 줄 정도 쓰고 나면 더 글을 쓰기가 힘들어지죠.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생각이 더 많습니다. 머릿속에는 항상 생각으로 넘쳐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도 그렇지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그 내용에 대해 계속 머릿속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까요?

글을 쓰기 위해 주제를 하나로 모으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직전이나, 일기를 쓰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넌 도대체 생각이 없니?"라는 질책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도 타이틀을 잘못 뽑긴 했지만, 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더 어울린다고 이야길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2.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크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어른보다 아이의 머리는 더욱더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요. 그 가능성은 아이들이 하는 말 한마디, 이야기 한 토막, 그리는 그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색종이 한 장을 가지고 멋진 장난감이라 상상을 하기도 하죠. 나무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목마라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우리는 잠시 간과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나무 막대기를 바라보며 목마라 생각하지 않고, 색종이를 바라보며 갑자기 장난감이라 상상하지 않습니다.


분명 머릿속에서 잠시 동안 생각을 한 끝에 상상력을 펼치게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것 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단순히 쉽게 떠오르는 게 아닙니다. 잠깐 생각을 하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쓰라고 하니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펼쳐져 있는데, 글 쓰는 생각으로 전환을 하려면 쉽지 않지요. 보통 유명한 작가들은 글을 쓰기 전에 자신만의 행동을 하곤 합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거나, 위스키를 마시거나, 시가를 피우는 등. 그 모든 행동은 사실 일종의 생각을 가지기 위한 잠시만의 정리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 부족하니 글을 쓰는데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은 "생각"입니다.

그 "생각"을 글 쓰기에 맞추어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면, 분명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글짓기나 일기 쓰기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일까요?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을 하기 위한 그 질문의 질문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순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상상력"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벌어지지 않은 먼 미래나, 공상의 세계에 대해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건 "상상력"때문이지요. 그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멋진 그림도 그리고, 멋진 아이디어도 떠오르곤 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글이 써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상상력"은 단순히 공상 과학소설에 나올법한 허무맹랑한 내용을 상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상상력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 그 글에 대해 어떤 내용으로 다가갈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이렇게 쓴다면 어떤 느낌이 들것인가? 혹은 이렇게 쓴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선생님의 칭찬, 혹은 이 글을 읽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웃음을 지을 엄마의 미소. 혹은 내가 정말 글을 멋지게 썼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 등등. 그 모든 것들의 조합이 상상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상상력을 통해서 글의 다음 내용에 대해 미리 생각을 해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글을 쓰면 그다음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분명 그 내용의 마무리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 상상력의 결과가 멋진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잠시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다 보니 많이 부족한 이야기를 만들곤 합니다. 분명 잠시간의 생각과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분명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글 쓰기는 다그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분명 중요한 것은 잠시 동안의 여유를 가지고, "상상력"이 자극될 수 있도록 생각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분명 글을 쓸 잘 쓸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자극이 되기 어렵다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주며 글이 확장되도록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왜?"라는 질문만으로 글이 잘 써질 수 있을까요? 결국 그 글을 쓰기 위한 소스도 충분히 채워져야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글 쓰기는 다음 편으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소스를 채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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