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

한 장의 사진과 열아홉 번째 생각

by 별빛바람

https://brunch.co.kr/@pilgrim6/153

Leica SL, Sigma Art 24-70/2.8 DG DN, 무보정

술은 분명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독이 될 수도 있기에 마치 칼과 같은 존재였다. 긴장을 풀어주고,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에 분명 서먹한 사이를 풀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니 독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내 주변의 사람들은 늘 과음을 했다. 항상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소주를 마시던 옆집 아저씨는 얼음이나 소금을 안주 삼아 드시곤 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은 너무 많이 아파 술이라도 먹어야 그 통증을 잊을 수 있어 마시곤 했다 이야기했다. 그 아저씨뿐만 아니라 주위 어른 들은 현재 삶의 아픔을 잊고자 늘 소주병을 옆에 끼고 살곤 했다. 그분들에게 술은 좋은 도구가 아닌, 지금의 아픔을 잊고자 하는 독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술은 아픔을 잊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쁨을 나누기 위한 도구로 활용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분명 서먹한 사이라도 소주 한 잔이 좋은 매개체가 되니 좀 더 친해질 수 있고, 기쁨을 나눌 수 있으니 좋은 도구가 된다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 머릿속엔 현재의 아픔을 잊기 위한 도구로서 술을 이용하는 방법만 배우게 되었다. 그러니 소주의 쓴 맛만 알았고, 맥주의 고소함과 와인의 달콤함은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술이 가장 달콤할 때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순간이며 기쁨을 나누는 순간이란 것을 알았을 때. 소주가 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니 그 순간은 축배를 나누는 순간이란 걸 배우게 되었을 때, 난 아직 어른이 되질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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