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한 장의 사진과 열여덟 번째 생각

by 별빛바람

https://brunch.co.kr/@pilgrim6/152

Leica SL, Summilux 50/1.4 2nd, Adobe Lightroom 보정

단 돈 십 원짜리 몇 개만 있으면 통화를 할 수 있었던 주황색 공중전화기는 시내 통화밖에 되질 않았다. DDD라 부르던 시외 통화를 하기 위해선 은색 공중전화기를 찾아야 했고, 전화기 옆에 조그맣게 스티커로 붙어 있던 거리다 전화 요금을 계산해 가며 동전을 넣어두어야 했다. 3분의 통화지만 용건만 간단히 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라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토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다. 물론, 사람들은 공중전화 뒤에서 줄을 서 가며 앞에 사람이 빨리 끝내기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은 덤으로 볼 수 있었다.

어쩌다 밤이 되면 한가한 공중전화기를 찾아 주머니 한가득 동전을 들고 가 있는 십원 짜리를 하나씩 넣어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시절. 때론 연인들과의, 때론 친한 친구와의 통화를 즐기며 서로의 목소리만으로도 그리움을 달래던 그 시절. 때론 부모님 몰래 연인들과의 사랑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혹은 친구들과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존재했던 공중전화. 정말 이런 곳에도 있었을까 하던 공중전화의 모습.

하지만 이제 사람들 손에 (이젠 스마트폰이란 이름으로 바뀐) 핸드폰이 쥐어지다 보니 어느 누구도 공중전화를 보고 반가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는 길 불편하게 만든다며 투정을 부리는 공중전화. 하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공중전화고, 누군가에겐 이걸로 나마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공중전화이니 그 전화기의 흔적이 반갑게만 느껴지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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