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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ul 17. 2022

셰익스피어가 내게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내게 말했다 1부)

벌써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영문학도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길 중에 셰익스피어 전공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셰익스피어 전공은 영어 단어 공부라는 치열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미 셰익스피어의 36 작품은 여러 번 번역되었기 때문에 번역본만 가지고도 충분히 논문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셰익스피어 전공은 다소 적은 노력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전공은 영문학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 조차 영문학 보다 공연에 대해 더 비중을 가지고 있었으며, 연출과 공연 비평을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앗? 우리가 아는 영문학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심지어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의 학술 세미나의 마지막은 회원 교수님들의 공연으로 마무리되곤 하였으나, 일반적인 영문학과는 다르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우리들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영문학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을 하는 많은 창작자들의 영감을 준 작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의 제목은 알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단골 퀴즈로 나오고 있으며, 몇몇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주된 플롯을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드리마 중 일부는 셰익스피어의 플롯을 차용하였다 한다면 믿길까요? 물론, 그 글을 쓴 사람도 셰익스피어 작품의 플롯을 차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작품을 창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이미 셰익스피어의 플롯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다지 잘 안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의 첫 장면입니다. 이 첫 장면 하나로 우리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O for a Muse of fire, that would ascend

The brightest heaven of invention,

A kingdom for a stage, princes to act

And monarchs to behold the swelling scene!

Then should the warlike Harry, like himself,

Assume the port of Mars; and at his heels,

Leash'd in like hounds, should famine, sword and fire

Crouch for employment. But pardon, and gentles all,

The flat unraised spirits that have dared

On this unworthy scaffold to bring forth

So great an object: can this cockpit hold

The vasty fields of France? or may we cram

Within this wooden O the very casques

That did affright the air at Agincourt?

O, pardon! since a crooked figure may

Attest in little place a million;

And let us, ciphers to this great accompt,

On your imaginary forces work.

Suppose within the girdle of these walls

Are now confined two mighty monarchies,

Whose high upreared and abutting fronts

The perilous narrow ocean parts asunder:

Piece out our imperfections with your thoughts;

Into a thousand parts divide on man,

And make imaginary puissance;

Think when we talk of horses, that you see them

Printing their proud hoofs i' the receiving earth;

For 'tis your thoughts that now must deck our kings,

Carry them here and there; jumping o'er times,

Turning the accomplishment of many years

Into an hour-glass: for the which supply,

Admit me Chorus to this history;

Who prologue-like your humble patience pray,

Gently to hear, kindly to judge, our play.


셰익스피어의 원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놀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주요 내용은 하나입니다. 바로 마지막 문단 "Who Prologue-like your humble patience pray, Gently to hear, kindly to judge, our play.(이런 말을 하는 소생은 어떻게 해서라도 여러분의 편의를 봐 드리고자 하는 해설 역으로, 지금부터 보시는 저희들의 극을 아무쪼록 호의를 가지고 지켜 봐 주시고, 부디 좋게 평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재남 역, 도서출판 대광)"입니다. 해설자의 첫 등장과 함께, 이 작품은 공연이며 좋은 평을 해달라는 이야기는, 이미 셰익스피어 시대에 공연으로서 집필이 된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이며, 흔히 이야기하는 연극 대본입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 어떠한 지문도 넣지를 않았습니다. 단지 대화만 썼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해석하는 연출가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작품으로 재탄생하곤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맥베스의 비극(The Tragedy of Macbeth)"이 올아왔었습니다. 조엘 코엔이 연출한 이 작품은 흑백 화면 4:3 화면 비율로 최근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잘 표현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자들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단지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전공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마이클 페스벤더의 "맥베스"도 영화화되어 극장에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이 뿐일까요? 구로자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은 배경을 일본의 전국시대로 옮겼을 뿐이지, 셰익스피어의 플롯을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 오히려 저는 덴젤 워싱턴의 "멕베스의 비극"이 구로자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을 오마쥬 한 게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그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영화에서 직접 표현할 뿐만 아니라, 플롯의 큰 틀을 차용하여 재창작이 되기도 합니다. 월트 디즈니의 성공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라이언킹"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 "햄릿"의 플롯을 차용한 작품입니다. 물론 "햄릿"은 비극으로 끝이 나지만, "라이언킹"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한다는 차이가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지루하더라도 한 번 듣고 나면 무슨 내용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어디선가 한 번 보고 들어 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너무나도 우리 곁에 있고, 우리들 주위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어떨까요? 아주 오래전 게임이긴 하지만, "창세기전"을 제작한 소프트맥스에서 "창세기전 외전 : 템페스트"라는 작품을 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설명서에 대 놓고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판타지 작품과 다소 매치가 안될 수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정말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요. 특히,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플루트를 조금씩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다면 창작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를 좋아합니다. "헨리 5세" 중 영국의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 및 주연을 한 "헨리 5세"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다소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나름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역동성을 포착하여 잘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사극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그뿐만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도 잘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연극 스크립트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잘 없습니다. 혹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물론 문제가 있긴 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번역본 중에는 행간을 무시하고 번역을 한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최고의 번역본이라 일컫는 번역본 중에는 행간을 무시하고 일반 소설처럼 번역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공연 작품은 "시"와 같이 운율을 맞추어 작성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원서로 읽어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고어와 함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넣은 단어들이 혼재되어 쉽게 해석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예 "셰익스피어 작품"을 그대로 외워버리곤 합니다. 현대 미국과 영국인들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는걸 어려워합니다. 오죽했으면 원서로 출판된 셰익스피어 작품집 중 일부는 원 작품보다 그 당시의 단어를 설명하는 각주가 절반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찾아가며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셰익스피어 작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 셰익스피어는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교양인으로서, 그리고 취미로서 셰익스피어 작품은 참 아름답습니다.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셰익스피어의 전집을 읽어보고 공연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어떤 작품을 차용하여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비평을 공부하고자 하신다면 셰익스피어 작품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합니다. 세계 최초의 비평집인 A. C. Bradly의 "셰익스피어 비극"은 비평의 시초일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통해 비평을 시작한 비평집입니다.

이 메거진을 시작할까 많은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저는 셰익스피어로 석사 학위 준비를 하다 중간에 포기하였습니다. 다른 문제가 있다기 보단 학업을 지속하기에 등록금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요. 히지만 그 누구보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읽어보고, 많이 이야기해보았으며, 많은 글을 써보고, 많은 논문도 읽어보다 보니 누구보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영어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먹고사는데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저는 셰익스피어라는 교양을 배웠으니 그만큼 더 남는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메거진은 알기 쉬운 셰익스피어 이야기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도 나름 스터디를 하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연재를 하기 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이 글을 읽으며 셰익스피어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로 작품을 중심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겠지만, 가끔은 최근 논문이나 영화화한 작품들에 평도 함께 이야길 하며 적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셰익스피어 번역본의 품질, 원서는 어떤 걸 읽으면 좋을지도 설명을 해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메거진은 사진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가끔 인터넷에 있는 저작권 만료된 셰익스피어 관련 사진 몇 장 정도 서칭을 하며 올릴 수는 있지만, 설명과 관련 없는 그림은 없을 수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은 영화 캡처 사진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들 속에서 여러분들과 느끼는 공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 하고 싶습니다. 셰익스피어를 어렵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만 이해하고 접근하더라도 셰익스피어 작품은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분명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서 교양을 쌓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발행하지 못하는 매거진이지만,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 덧글을 달아주시면 그 부분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준비를 해 보고자 합니다. 그럴 만큼 셰익스피어는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셰익스피어를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말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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