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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Feb 19. 2023

불 빛 - 1

한 장의 사진과 첫 번째 생각_두 번째 이야기

Leica SL, Summilux 50/1.4 2nd, Adobe Lightroom Classic 후보정

어두운 골목길에 보이는 작은 불 빛 하나. 혹은 가로등 하나가 정말 간절할 정도로 반가울 때가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별 것 아닌데 걱정되기도 한 기분은 "어둠"이라는 시각적 효과가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어둠은 막막하고 두려움을 일으키지만, 작은 불 빛 하나 덕분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지 모른다. 고작 불 빛 하나 덕분에 말이다.

내가 살던 그곳은 골목이 많았다. 자동차는 당연히 빠져나가기 힘든 곳이지만, 주차장도 없으니 골목마다 자동차의 자리가 되어 있던 그곳.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구불거리는 골목길은 동네에서 불량한 형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며 가래침을 뱉던 곳이었고, 괜히 껄렁거리는 친구들이 모여서 몰래 소주 한 잔을 하던 그런 곳이었다. 그러니 밤에 밖을 나가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 꿈도 꾸지 못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언제나 그렇든 항상 밝은 빛 보다 어둠이 늘 깔려 있던 그곳. 언젠가 그 동네에서 누군가 크게 다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묻지 마 범죄였을지 모른다. 불량한 형들이 그러했는지? 혹은 동네 껄렁거리는 친구들의 짓인지도 모른 채 늘 불안에 떨던 그 시절. 괜한 소문은 점점 꼬리를 무는데 누가 당했다더라, 누가 그랬다더라는 소문은 두려움을 낳고, 그 두려움은 불신을 낳는다. 괜히 모여있는 친구들만 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남자인 나도 두려움에 떠는데, 여자 친구들은 오죽 하였을까? 마침 내가 살던 그곳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XX동 발바리에 대한 소문. 밤길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뚝 끊길 그 시점.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사라진 것은 작은 불 빛 하나 덕분이었다. 여전히 불량한 형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웠고, 껄렁이는 친구들도 여전히 그곳에 모여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단지 바뀐 것은 작은 불 빛 하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인 사라진다. 밤거리에 사람 한 명 없더라도, 작은 불 빛 하나 덕분에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곤 했다.

이젠 밤 길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느껴진다. 때론 빛 공해라고 할 정도로, 밤하늘의 별 빛을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불 빛이 눈앞을 채우곤 하지만, 그 별 빛 이상으로 가로등의 작은 불 빛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어두운 곳에서 발 빠르게 걷던 그 기분이 아닌 좀 더 편안한 발걸음을 띨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불 빛 하나 덕분이었다. 고작 작은 불 빛 하나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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