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해하는 관리회계 이야기 2화)
1. 정말 팔아서 남는 게 없어요.
회사 근처 뒷골목의 허름한 식당. 그곳은 순댓국도 팔고, 머리 고기도 팔며 가끔 회사 직원들이 퇴근 후 소주 한 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습니다. 점심때는 줄을 서야 해서, 10분 전에 미리 출발하지 않으면 먹어보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요.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진한 국물 맛과 더불어 다진 양념을 풀면 그 얼큰함 때문에 소주 한잔이 저절로 생각나는 곳이었습니다. 머리 고기도 너무 맛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전화통화를 하면 짜증만 낼뿐입니다.
저녁 늦게 야근을 한 뒤, 늦은 저녁을 먹으러 회사 동료와 함께 방문을 하였습니다. 열심히 순댓국도 끓이고, 머리 고기도 썰어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테이블도 만석이고, 점심때도 조금만 늦으면 먹기 힘들 정도로 맛집인데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웠을까요? 소주 몇 잔을 기울이다 용기를 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해 봅니다.
“아주머니.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주머니는 한 숨을 내 쉬며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 손님도 많고 정신없이 장사를 하는 곳인데 불경기와 상관이 있나 싶습니다. 그럼, 경기가 좋을 땐 더 많은 손님들이 왔던 곳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 식당은 제가 입사할 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신입사원일 때도 선배님들과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던 곳이었지요. 다소 허름했지만 정말 맛있어서 자주 방문하던 곳이었습니다.
“정말 팔아서 남는 게 없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소주 한 병을 팔아도 두 배는 남을 거 같은데, 왜 팔아서 남는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분명 남는 게 없다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분명 매출은 잡히고, 수익은 잡히는데 통장은 언제나 마이너스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돼지 뼈를 삶고, 순대를 삶고, 깍두기를 썰어 담그지만 남는 건 정말 한 개도 없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2. 영업이익이 났는데도 “비상경영” 선포?
분명 회사의 손익은 좋았습니다. 이번 달 결산을 끝내고 나서 영업이익도 최대라고 하였습니다. 올해 이만큼만 계속 실적을 내어준다면 분명 최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내방송이 나오고 “비상경영”을 선포합니다. 회사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종업원의 인센티브를 제안할 것이며, 상여금도 동결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은 웅성대기 시작합니다. 분명 창사이래 최대 손익인데 “비상경영”을 선포한다는 것은 회사 사장이 종업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경쟁사보다 더 많이 팔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싸게 팔았지요. 경쟁사 영업사원들도 분명 부러워했습니다. 우리 회사 M/S가 비교우위로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비상경영”을 선포하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이야기 들 중에 사내방송에서 이야기했던 말 몇 마디가 기억납니다. “현금 시제 과부족” 그리고 “과도한 차입”, “이자비용 증가”라는 말을 하였던 거 같습니다. 저는 분명 잘 팔았던 거 같은데 회사는 왜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내방송이 끝나고 팀장님은 팀원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사내방송에서 처럼 비상경영이니 우리가 더 열심히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팔아라. 고객사가 필요하다면 매출채권 회입 일을 늘려서라도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열변을 합니다. 이미 120일까지 늘려줬는데, 이젠 180일까지 늘려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팀장은 거래처 대리점 사장님들에게 매출 증대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원한다면 반품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회사의 매출을 올리면 분명 회사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녁에 회사 동기들과 만나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팔아야 회사가 만족할까요? 구매팀 동기들도 이야기를 합니다. 회사가 힘들어 이번에 원재료 공급업체와 단가 협상을 하느라 힘들었다고 이야길 합니다. 간신히 구매단가 5%를 줄였다고 이야기하며 듣는 이야기는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만 회사가 잘 운영된다고 할까요? 분명 각 V/C(Value Chain)에서는 정말 고생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영업사원들은 물건 하나 더 팔기 위해서 구매처 사장님들에게 없는 아양을 떨어가며 물건을 팔았지요. 구매 부서는 오죽했을까요? 구매단가 5% 줄이기 위해 했던 고생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연구소에서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를 했으며, 생산부서에서는 혹시라도 설비 트러블이 나지 않을까 고민하며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영업이익 최대의 성과가 나왔습니다만, 왜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일까요?
3. 핵심은 “현금”에 있습니다.
위 두 개의 case는 이미 들어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에 방문했는데, 사장님은 다짜고짜 “남는 게 없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도 역사이래 최대 “손익”을 달성하였음에도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경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10년 넘는 직장생활 동안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분명 돈이 남는 거 같은데, 항상 힘들다고 합니다. 가끔 강성 노조원들은 경영진들만 배 불리기 위해 회사에서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뭐, 그런 회사가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손익 관리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회사는 손익계산서상으론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금은 “제로” 혹은 “마이너스”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원재료(원료)를 구입을 한다는 것은 거래처와의 구매 계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때 원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 "대금 지불"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지요. 위 구매팀 직원은 구매단가 5%를 줄이기 위해 업체와 특별 공급계약을 하였을 것입니다. 기존 60일 후 대금 지불이었던 것을 납품 후 15일 후 대금 지급으로 진행을 하였을 것입니다. 회사는 원재료를 구입하여 그 재료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합니다. 공장에서 생산을 할 수도 있고, OEM을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원재료를 가지고 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일정기간의 생산기간이 발생하지요. 그리고, 생산이 완료된 이후에도 바로 판매되지 않고, 물건이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일명 한정판이나 명품의 경우에는 제작 즉시 팔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진열한 뒤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나야 판매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해당 물건을 판매한 뒤, 카드결제나 혹은 어음을 통해 최종 현금으로 유입이 되는 시간이 발생합니다. 그 부분 까지가 1 영업 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원재료를 구입해서 15일 만에 대금을 지급하였지만, 제품이 생산되어 판매되기까지 60일, 이후 판매가 된 후 매출채권이 회수되기까지 60일이 걸린다면 무려 105일이라는 기간 동안 현금 유출만 발생하고 현금 유입이 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매출은 발생하고, 영업이익이 실현되었지만 현금이 없는 "흑자 도산"의 상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위 순댓국집 사장님의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사장님은 순대와 돼지뼈, 야채들을 구입을 하고 바로 현금을 지급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맛있는 순댓국과 소주를 마시며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게 되면, 카드회사에서 현금을 전달해 주기까지 현금 부족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재료 구매비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식당 사장님은 단기 대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우 어려운 내용일 수 있겠지만, 운전자본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 볼까 합니다. 장부상의 영업이익 흑자도 의미가 있지만, "현금"을 얼마큼 보유하느냐도 회사를 경영하고 관리하는데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은 영업 주기에 대한 설명인 매입채무 / 재고자산 / 매출채권에 대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작성을 병행하다 보니, 주 2회 연재를 목표로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