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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pr 19. 2023

실직에 대처하는 우리 모두들의 자세 - 1부

1부. 누구나 실직될 수 있다.

* 본 이야기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수 있지만, 어느 특정 인물과 특정 회사 혹은 단체를 대상으로 만든 글이 아닌 작가의 순수한 창작에 의해 작성된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만약 본인의 회사, 단체, 인물과 유사하다 판단이 된다면 단지 그것은 우연일 뿐임을 미리 말씀 드리는 바 입니다.




우선 내 소개를 간단히 해야겠다.

나의 10대 시절인 학창 시절 공부를 잘 하진 못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빵셔틀 수준이었으니 중,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에 대해 기억을 한다면 그냥 찐따 같은 놈 몇 명중 한 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했으니 학창 시절에 친한 친구 몇 놈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당연히 친구들 보단 책 읽는 게 좋고, 뒤에서 조용히 음악이나 듣고(그 당시에는 CD플레이어나 워크맨을 들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당연히 쉬는 시간에는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음악 듣는 게 하나의 유흥이었고, 위안이었다.), 가끔 만화책이나 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만화책도 당당히 쳐다보질 못했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친구들에게 나는 타깃이었으니 그 친구들에게 상납 아닌 상납할 물건을 가져가고 싶진 않은 생각에 몰래 보았고, 몰래 들었다. 그게 나름 나 만의 생존본능 아니겠는가?

이후 나의 20대 시절인 내 삶에 대해 학창 시절 친구들이 알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연히 동창회도 안 나갔고, 친구들 모임도 안 나갔다. 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골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다. 나 같은 놈이 그냥 엎어지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단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난 서울의 모 대학에 입학을 했고, 입학과 동시에 장학금을 받았다. 아마 한 학기만 빼고 대부분 장학금을 받았으니 일단 대학시절은 성공 아닌 성공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과대표도 하고, 학생회 활동도 하고, 동아리 회장도 했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군대도 갔다. 당연히 가오가 절반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장교를 선택했다. 장교로 가는 김에 이왕이면 해병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3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학사 장교로 군 생활 길게 하고 전역을 했다. 참 아쉽게도 군 생활이 재밌었고, 장기도 하고 싶었지만, 사회생활도 해보고 싶었으니 20대는 성공적인 삶이라 하고 싶다.

군대를 전역함과 동시에 난 예비역 중위가 되어 있었고, 전역 직전 국내 모 대기업에 합격을 하게 되는 영광도 얻었다. 그리고 나의 30대가 시작이 된다. 30살에 전역하여, 대기업 직원의 생활. 그리고 모 계열사의 경영관리팀 직원으로 시작을 했으니, 다른 직장인들과 다르게 어려움 없이 잘 커왔다. 사원 - 대리 - 과장의 자리로 오르는 동안 회사는 몇 차례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난 관리 직무라는 혜택이 있었으니 단 한 차례도 그 폭풍 속에 휘몰아치지 않았다. 당연히 고과도 잘 받았고, 연봉도 동기들이 비해 많이 올랐으니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었다. 주변 동료들도 나를 보면 부러워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삶에서 한 두 번의 방점이 있었지만, 내가 모시던 팀장이 맘에 안 들어서 그랬을 뿐 30대의 나의 삶은 인정받는 삶이었다. 당연히 회사에서 상도 받고, 고과도 잘 받았으니 이미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삶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리라는 직무의 치열함과는 거리가 먼 안락함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40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난 도전을 한다. 그룹 내 신 사업을 하기 위한 법인이 설립되었고, 그 법인의 프로세스 개선 업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했다. 내 꿈으론 그곳의 프로세스 개선 업무를 수행하고 난 뒤, 자연스럽게 경영관리 팀장이나 사업관리 팀장으로 자리를 잡아갈 내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굳이 동기들과 아등바등 살기보다 신 사업을 개척해 나만의 업무 공간을 구축해 보는 상상도 해 보았다. 그 결과 13년 동안 근무했던 계열사에서 신 사업을 위한 법인으로 전배신청을 한다. 많이들 아쉬워하고, 술 한잔 사주며 가지 말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택했다. 어차피 이게 내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모습은 실직을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을까? 분명 말도 안 되는 일도 있었고, 내가 자만한 것도 있었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래도 어쩔 수는 없다. 이미 나의 선택에 대한 결과이니 내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분명 잘 나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어느 한순간의 실수 혹은 선택의 과오로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설마 내가 이런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다가왔고, 내 동료들도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어느 누군가는 미리 준비해 두기도 하였겠지만, 누군가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는 길이니 그 삶의 무게는 나보다 더 무거울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나도 짧은 시간 동안의 고민이었지만, 최적의 시나리오를 찾아내고 - 그 시나리오에 따라 길이 걸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차근차근 실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구조조정의 폭풍 속에서는 내가 아무리 잘했다, 기여했다는 단어 하나가 소용없다. 당연히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자르는 게 그들의 실적이었으니 말이다. 난 그 테이블에 서 있는 동안 많은 고민을 하였고, 그 고민에 대한 결과가 다가오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그 순간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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