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거리를 지긋이 바라보다 - 2

by 별빛바람

https://brunch.co.kr/@pilgrim6/223


* 촬영 카메라 : Leica M-P(typ240), Leica MP, Elmar-C 90/4, Voitgralder Nokton Classic 35/1.4MC, Summilux 50/1.4 2nd 등, Adobe Lightroom 보정


사실 종로를 걷고자 마음먹은 건 즉흥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대학생 시설 자주 먹던 순댓국에 대한 기억.

정처 없이 걸어 다닐 때 사람들 속에 휩쓸려 나 자신을 숨기고 싶은 생각.


사실 추억은 마치 색감이 빠진 사진과 같이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런 사진은 인화 한 뒤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색감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사진은 어떤가? 디지털이니 카메라의 뷰파인더 - 렌즈 - 센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색감을 통해 디지털 파일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 색감은 계속 동일하게 유지가 된다. 대신, 기술이 발달하니, 그 당시에는 "우와! 대단하다!"라고 했던 사진들이 몇 년 후에 보면 화질도 별로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막 핸드폰에 10만 화소도 안 되는 카메라가 달리기 시작하였을 때 막 찍기 시작하던 셀카. 컴퓨터에 달려있던 화상 캠 장비를 통해 찍던 하두리 셀카 등등. 오히려 열악한 화질이 때론 미학적 효과를 만들어 낼 때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 당시 사진을 보면 참 조악하고 - 눈이 따갑다고 느낄 정도의 화질이 만들어져 쳐다보지 않을 때도 많다. 마찬가지로 내가 찍는 그 사진들조차 이제 와서 보면 외장하드 속에 고이 들어가기 기만 하고 보지도 않을 사진들이니 단지 잠깐의 광학적이고, 전자적인 조작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뿐이니 별 의미 없이 사진의 결과물이라 치부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진들에 의미가 사라지게 되지 않나 걱정이 들 때도 많다. 단지, 이 순간에 - 그 순간이 아름다워 - 아니면 그냥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을 뿐이다고 생각할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잠깐 생각을 바꿔보았다. 아무래도 아무 생각 없이 누르기만 하는 사진이니, 다시는 바라볼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을 바꿔 내가 찍는 사진 한 장이 필름이라면 어떨까? 한 장 찍을 때마다 몇 백 원의 돈이 드니 정말 고민하면서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리회계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사진을 그나마 한 번씩 쳐다보기 위해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을 해 버렸다.



사실... 그 이야길, 다 넘어가서 그날은 두 대의 카메라를 들고 갔다. 최종 목적은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보고자 했던 것이지만, 사진을 그리 잘 찍는 게 아니니 디지털카메라로 열심히 찍다 보면 내가 맘에 드는 구도와 빛의 색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걸 보면 경제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이미 있는 필름카메라를 놔두고 - 무슨 사진이 나올지 걱정이 되어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더 장만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장점은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고민하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대니 결정적 순간 한 두장 정도는 남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진을 다 바라보진 않으니 어찌 보면 디지털 자원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떠한가? 사진 한 장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 디지털이라는 느낌과 아날로그 필름이란 느낌이 만들어냈을 때의 결과물은 사뭇 다르니 - 그 거리에서 받은 느낌이, 다시 한번 매체라는 효과를 통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결과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다소 조심스럽게 이야길 해 보고 싶었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스마트폰 카메라든, 장롱 속에 묵혀두었던 카메라든 상관없다. 그냥 열심히 찍어보자. 내 느낌 가는 대로. 그 느낌이 때로는 매체와 섞여서 색다른 모습을 만들어 낼지언정. 다시 보면 그때의 느낌이 새롭게 나타날 테니 말이다.


(위의 사진은 디지털 / 아래는 필름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구도 / 렌즈의 구경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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