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문적으로 컨설턴트의 길을 걸은 게 아닙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일반 기업에서 관리회계(원가, 경영계획, 수익성 분석, 지표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였으니, 컨설턴트라기 보단 현업 전문가(혹은 파워유저)라는 개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에 있는 동안은 관리회계 분야로서 Specialist가 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저의 약량을 발휘하며,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 관리회계의 특징 중 하나는 각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준"에 따라 다른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객사를 만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되겠지요.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재무회계는 회계 기준에 맞추어 기준이 잡혀있고, 구매나 영업의 경우는 각 사업의 특성과 회사의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관리회계"는 이름은 회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회계 기준이 아닌 회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어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마지막 퇴사 하기 직전 PI TF에서 업무를 수행하였을 때, 타 회사의 경력직으로 입사를 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별빛바람님! 1000번과 2000번은 어떻게 나누죠?"
"1000번이 뭔데요?"
"1000번 모르세요? PI 오래 하셨다면서, 그것도 모르세요?"
"아... 죄송합니다... 아마 제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당연히 1000번은 내자고, 2000번은 외자죠."
내자 / 외자의 구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1000번과 2000번이라는 구분자가 Global Standard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 동료와 이야기를 하며 다소 막힘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기준은 표준의 기준이 아니라 - 단지 제가 10년 넘게 근무하던 회사의 세팅값을 알고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저와 대화를 한 그 동료도 표준의 기준이 아닌,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기준에서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지 모릅니다.
네.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관리회계"라는 기준은 서로 언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끼리 대화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나의 주장을 펼치더라도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내가 속한 세계의 기준이, 전 세계 표준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특히 컨설팅을 할 경우 - 저와 같이 관리회계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해야 할 경우에는 고객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해결책이 찾아질 수 있습니다. 회사 고유의 기준도 "관리회계"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준이니 만큼, 서로 다른 용어와 기준을 이해해 가며 - 그 기준이 Global Standard가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이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업종을 바꾼 순간부터 최대한 많이 들어보고자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하지요. 그게 바로 컨설팅을 접근하는 첫 접근법이라 생각하고 - 오늘도 열심히 노트에 필기한 내용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관리회계 접근법이 다소 잘못될 수 있으니 조금 더 완벽한 접근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고요.
분명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떻게 이해하냐에 따라 쉬운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쉬운 문제가 되기 위해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해결책을 찾아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