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해하는 관리회계 이야기 3화)
지난 2화에서는 운전자본의 대략적인 이해를 설명하였습니다. 지난번 표를 다시 한번 보면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1화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원재료를 매입할 때는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제품이 생산되고 판매되어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그 시점까지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금의 과부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위 표의 움직임과 같이 "운전자본"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담당자라면 현금 과부족 상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재료를 매입하여 대금 지급일자를 앞당기는 조건으로 2% 할인을 해 준다고 업체에서 이야기를 하였으나, 은행 대출 금리가 3%라면 이때는 아무 고민 없이 원재료 매입 대금 지급일자를 평소와 같이 진행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제품의 생산 기간과 매출채권과 함께 연결이 되면서 복잡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2편은 "운전자본" 중 유일하게 지급해야 할 금액인 매입채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조금 깎아드릴게요. 오늘 현금으로 주세요.
저녁 늦게 회사 근처 순댓국집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야근으로 피곤하긴 하였지만, 저녁을 걸렀기 때문에 푸짐한 순댓국 한 그릇 먹고 퇴근하고자 하였지요.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던 식당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손님이 없어 조용했습니다. 식당 사장님도 TV를 멍하니 쳐다보며 마감 준비를 하시는 듯했습니다. 순댓국 한 그릇을 시키고, 소주 한 병을 시켜 소주 한 잔을 마시다 문득 사장님의 어두운 표정이 생각났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 항상 힘들다고 하는 걸까요?
"당연히, 경기가 불 경기잖아요. 그리고 은행 대출 이자도 너무 올랐어!"
그건 사실입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순댓국집은 어느 곳보다 장사가 잘 되던 곳이었지요. 따끈한 순댓국에 수육 한 접시 시켜 소주 한잔 하는 이곳은 우리 회사에서 직장인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가끔 외부 손님들이 방문할 때도 순댓국 한 그릇에 수육 한 접시를 대접하던 곳. 모두들 순댓국 국물에 감동하고, 얼큰한 다진 양념에 또 한 번 감동하던 그곳. 하지만 분명 원인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손님이 많은데도 장사가 왜 힘든지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얼마 전에... 순대랑 부속 고기 납품하던 사장님이..."
소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거라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었지만, 사장님의 말씀의 요지는 이러했습니다. 순대와 부속 고기를 납품하던 정육점 사장님께서 최근 들어 가게 운영이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 지속으로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다 보니, 고기를 납품하던 곳도 점점 사라졌지요. 그래도, 이 근처에서 맛있는 순대와 부속 고기를 취급하던 곳이라 이곳이 문을 닫게 되면, 다른 식당들도 함께 문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육수를 만들고 다진 양념을 만드는 것은 순댓국집 아주머니의 고유 비법이지만, 그 육수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인 머리 고기와 내장은 정육점 사장님께서 납품하시던 것이었지요.
아무래도 식당이 망해서 납품 대금을 바로 받기 힘든 일이 많아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서 간신히 돈을 메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거의 끝나다 보니, 더 이상 고기를 때 오기 힘들다 보니 식당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이야길 했습니다. 아무래도 정육점 사장님 입장에서 이 순댓국집이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니 사정을 잘 들어주시리라 생각한 것이지요.
사장님은 고민하다, 통 크게 순대와 부속고기를 납품하고 바로 현금으로 주면 5%를 깎아주겠다 하였습니다. 5%면 정말 큰돈이지요. 순댓국집 아주머니도 지금 당장 힘들어도 현금으로 바로 쥐어주면 5%나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그만큼 본인의 수익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거래에 동의하였습니다. 분명 이 거래는 순댓국집 아주머니나 정육점 사장님이나 둘 다 손해 보지 않는 거래였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막 듣는 순간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 그동안 장사가 잘 되셨잖아요. 근데, 굳이 대출을 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
아주머니는 눈치를 보다, 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아주머니에겐 사고뭉치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간신히 아들 군대까지는 보냈지만, 도무지 취직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공부를 하지도 않더랍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았던 돈을 떼어서 장사라도 하라고 가게를 하나 차려줬다고 합니다. 집 근처 PC방을 하나 차려줬는데, 아무래도 장사를 오래 하시다 보니 임대료가 가장 아까운 돈이라 생각해서 일시불로 상가를 매입하고, 컴퓨터며 집기류를 전부 현금으로 지급해서 구매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지금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매입채무 지급일자 조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분명 훌륭한 구매전략이었지요.
구매 부서에서 핵심은 원재료 소싱 능력과 함께 단가 절감 능력입니다. 아무래도 경쟁사보다 더 많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단가도 깎을 수 있다면 구매 담당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회사 동기인 K 과장도 그 부분에서는 업계 Top이었습니다. 국제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 화합물 소싱을 성공적으로 하여 안정적으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였지요. 심지어 K 과장은 단가 절감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매단가 지급 일자 조정이라는 스킬을 사용하여 단가 절감을 추진하였지요.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회사 경영진 PT를 통한 전략 품목의 구매 단가 절감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일반적으로 구매 대금 지급 일자를 물품 수령 후 60일 이후 지급하는 것이 사내 규정이었습니다. 어떠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물퓸 수령 이후 60일 이후 지급입니다. 일부 회사에서 대금 지급 일자를 조정해달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그럴 경우 대표이사님의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K 과장은 그 부분을 잘 활용했습니다. 공급 업체에서 대금 지급 일자 조정을 원한다면, 우리 회사에서는 그에 맞추어 구매 대금의 DC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대금 지급일자 조정이 있다 하더라도 구매 대금 DC를 통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K 과장의 PT를 도와주기 위해 저도 함께 자료 작성을 하였습니다. 10만 톤 공급 계약에 2% DC를 한다면, 제품의 단가도 2%가 절감될 것입니다. K과장은 물품 수령 즉시 대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2% DC 조건을 내세웠고, 공급 업체는 그 조건을 수용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원가는 2% 절감되어 경쟁사보다 최소 1%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장이 선점되고, M/S 확보도 문제없었습니다. 이 전략으로 우리는 거래처를 방문하여 열심히 우리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보다 1% 더 싼 제품이나 제품의 스펙은 변함이 없다고 이야길 하였지요.
거래처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누구든 구매하기 위해 연락을 했고, KPI 목표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분명 우리 회사는 단군 이래 최대 손익을 달성하였고, 인센티브도 엄청날 것이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비상경영" 선포는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 내 운전자본 과부족 상태로 현금 위주 경영 입장에서 과도한 차입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분명 1% 더 싸게 팔고, 더 많이 팔았는데도 말입니다.
3. 매입채무는 뭔가요?
우선 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매입채무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매입채무
기업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 항목의 하나로 지급어음과 외상매입금의 합계
지급어음은 거래처와의 사이에 발생한 어음상의 채무이며 미리 정한 기일까지 지급할 것을 약속한 부채.
외상매입금도 거래처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미불금.
이러한 구매행위에 대한 대금 미지급의 부채를 매입채무라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악화되거나 자금회전이 어려워지면 기업에서는 되도록 매입채무를 증가시킴으로써 곤란을 극복하려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내용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거래처와의 사이에 발생한 어음입니다. 어음상의 채무가 되었든, 미불금이 되었든 우리가 거래처와 대금 지급에 대해 거래를 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인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재료 및 부재료를 구매하는데 발생한 대금이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관리회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정의를 더욱 간략하게 하여 "원부재료 등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생산한 제품에 투입되는 비용"으로 간략하게 정의하기도 합니다.
즉, 매입채무는 회사가 주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최초 비용을 투합 한 금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제품을 생산할 원료가 부족하다면 그 회사는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구매부서에서는 어떻게든 원재료 및 부재료를 소싱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됩니다. 구매부서에서는 원재료 소싱을 위해 매입채무의 지급 조건을 조정하여 안정적으로 소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지요. 간혹 원재료 수급이 어려울 경우, 선물 거래를 활용해서라도 원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주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재료 구매를 원하는 회사는 각 회사마다 고유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거래처 입장에서 신설 회사에 6개월 이상의 긴 기간 동안 대급 지급을 지연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같은 대형 회사의 경우에는 물품 구매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이상 대금 지급을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각 회사마다 고유의 규정에 의해 - 혹은 회사의 신용도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만약 개인사업을 할 경우 거래처 사장님과 친해졌다면, 대금 지급일자를 조정하거나 외상으로 원재료를 구입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니 이런 상황은 특수한 케이스라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전략적 매입채무 운영이 운전자본 확보의 핵심
앞으로 이야기할 재고자산의 소진과 매출채권의 빠른 회수는 회사의 영업 역량에 기인합니다. 분명 훌륭하고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판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제품 재고가 소진되겠지요. 그리고, 정말 인기 있는 제품은 프리미엄을 붙여가며 판매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없어서 못 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영업 역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그렇게 물건을 팔기 쉽지 않다 보니 장기간 재고가 체류할 수밖에 없으며, 매출채권 회수도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순전히 회사의 역량입니다.
하지만, 매입채무는 회사에서 통제만 가능하다면 운전자본 과부족 상황에 큰 도움이 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순댓국집의 예와 구매 부서의 예를 들어본다면, 두 거래처는 매출채권 회입 일자 조정을 통한 운전자본 과부족 상태를 해소하려 하였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회입 일자 조정을 통해 비용의 절감이라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현금의 과부족 상태가 발생한다면 반대로 매입채무의 지급일자를 조정하여 현금의 과부족 상태를 회피해야 합니다. 특히 매입채무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현금이 유출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더욱 면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위 순댓국집의 상황은 분명 보유한 현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 지속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하게 되어 나타나게 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업체가 현금 보유고가 높다면 당연히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속적은 현금의 유출은 "차입금"의 발생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차입금"은 "대출 이자"라는 추가 비용이 발생되게 됩니다. 물론 효율적으로 대출이자 대비 구매대금 절감 항목이 높다면, 당연히 지급 일자 조정을 통한 전략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각 회사마다 고유의 차입 한도가 있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이 다르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지급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